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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지도부만 위기 몰라”

한나라당에 `총선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당 지지도가 열린우리당에 이어 2위로 밀려나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제2당으로 주저 앉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지도부는 아직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병렬 대표의 주변 인사들은 “공천 물갈이가 마무리되고, 대선자금 청문회와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본격화하면 지지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과 상당수 중진들의 감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모든 당의 공통 과제인 물갈이 등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환골탈태 하겠다면서 당의 새로운 정체성이 무엇인지, 총선의 선거구도를 어떻게 짜야 할지, 그리고 어떤 이슈로 선거를 주도할지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천과 정국 대응도 이런 큰 틀 안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중진은 “지도부의 느슨한 인식은 반(反)한나라당 표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릴 것이라는 3자 필승론에 대한 환상 때문”이라며 “최근 민주당의 몰락으로 깨지고 있는 3자 구도에 계속 연연했다가는 수도권에서 참담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도부는 30%안팎인 대통령 지지율을 들어 나머지 70%의 다수를 결집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노무현 당`인 열린우리당의 상승세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구도 역시 구름 잡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홍사덕 총무는 “핵심 총선전략 중 하나가 민주당과의 관계인데 최 대표가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와 홍 총무는 최근 대선자금 청문회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을 통한 한ㆍ민 공조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빚었다. 일부 실세가 당 운영을 독점해 지도부 안에서조차 당의 진로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주소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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