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증시는 유럽에 울고 웃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12월과 2월에 각각4,890억유로, 5,295억유로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하면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럽에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이머징 마켓 가운데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보인 한국 증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코스피지수는 2,049포인트까지 올랐다. 하지만 5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데다 독일의 유로본드 도입 반대 등 악재가 계속 나오면서 코스피지수는 1,783포인트까지 후퇴했다.
다행히 최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의 구제기금을 유럽 은행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 처방에 합의를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여부와 스페인 은행권의 재무건전화 방안, 유로본드 발행을 둘러싼 진통 등 불씨가 여러 군데에 남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반기만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유로존 존속을 위해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에 자금 집행 스탠스를 이어갈 것"이라며 "유로존 붕괴 차단을 위한 단기적인 재정동맹 등의 가능성을 내다봤을 때 국내 증시에 제한적인 우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과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독일 주도의 경기부양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3ㆍ4분기에는 유럽발 안도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경기부양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하반기 국내증시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윤남 센터장은 "하반기 국내증시에 영향을 줄 불확실성은 미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행정부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제한된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은 '재정 절벽(fiscal cliffㆍ정부 재정지출이 급격히 줄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11월 대선 이후에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민간소비의 증가가 정부수요 감소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1%로 전망돼 상반기(2.1%)보다 1% 가량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수요는 위축되겠지만 민간수요가 회복되며 성장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적극적인 긴축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지만 경기반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돼 국내 증시의 상승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조윤남 센터장은 "중국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투자효과가 나타나면서 소비지표가 3ㆍ4분기 이후 반등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미국, 중국 등 대외요소가 비교적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황이 갑자기 나빠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직접 투자하는 주식 비중은 10~20% 수준으로 낮출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식시장과 연계된 상품의 비중을 30~40%까지 가져가며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과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일부 리서치센터장은 채권비중도 30%까지 늘리며 안정성을 강화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또 대외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현금 비중을 20% 가량 갖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진 센터장은 "안전자산과 단기상품 비중을 확대해 대외 요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의 진전과정을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은 1,700에서 2,100사이가 주를 이뤘다. 대외 리스크가 불거지더라도 상반기 지지선이었던 1,7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평가했고 안도랠리가 이어져도 2,100포인트를 넘어서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는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업종이 유망하리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이 공통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이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또 타이어, 게임, 항공, 음식료, 여행 등의 업종도 다른 업종에 비해 실적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구자용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자동차업종은 글로벌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며 IT업종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3의 판매 호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위아 등 IT와 자동차 대표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평가됐다. 또 NHN, 호텔신라, 엔씨소프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게임, 여행ㆍ레저, 항공주들도 업황 개선으로 인해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평가됐다.
투자 상품 가운데는 중국펀드와 컨슈머펀드 등 상반기에 판매가 좋았던 펀드들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환 센터장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함께 시행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으로 본다"며 "중국펀드와 소비재펀드 등에 대한 투자가 하반기에도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브라질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구자용 센터장은 "현재 브라질 채권은 10% 가량의 금리를 제시하는 데다 환율 상승 위험도 크지 않아 투자 상품으로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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