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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쌀 카드'로 농업개방 압박
입력2007-03-22 18:53:38
수정
2007.03.22 18:53:38
美 '쌀 카드' 꺼내들어 한국 농업시장 압박<br>'기술적 융통성' 발휘 주고받기 빅딜 가능성
美 '쌀 카드'로 농업개방 압박
쇠고기·車등과 막판까지 줄다리기 예상'협상의 기술' 발휘 주고받기 가능성 높아
워싱턴=손철 기자 runiron@sed.co.kr
다음주 마지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결국 '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쌀 문제를 거론해 쇠고기 등 한국 농업시장의 빗장을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농업과 자동차 등을 둘러싸고 장관급 '끝장협상'이 끝까지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또 하나의 '딜 브레이커'였던 개성공단 문제에서 양측이 조금씩 물러섰듯 양국 협상단이 기술적 조정을 통해 오는 30일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업ㆍ자동차 끝까지 간다=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농업고위급 협상은 쇠고기ㆍ돼지고기ㆍ오렌지 등 거의 대부분의 민감품목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종결됐다. 뼛조각 쇠고기 문제 역시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장관급 협상으로 넘겨졌다. 미국은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장관급 협상에서도 양측간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측이 쌀 문제까지 거론하겠다고 나서 협상중단 등의 파행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협상에선 섬유ㆍ지적재산권 등 일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자동차 문제에서는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미측은 우리 측이 먼저 자동차 세제개편과 환경, 표준제도 개선 등에 나서는 한편 자동차 관세철폐안을 제시하도록 계속 요구하며 자국 관세 철폐안은 끝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자동차에서 우리 측 양보안을 모두 본 다음에나 자신들의 개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분야의 줄다리기는 막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의 기술' 발휘, FTA 타결 무게=양국이 개성공단을 인정한 것 같기도, 안 한 것 같기도 한 소위 모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인 '같기도' 식의 어정쩡한 합의안을 만든 것은 협상의 딜 브레이커로 떠오른 개성공단 문제에서 파국을 피하고 양국 협상단이 각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FTA 협상은 양국 국경 내로 국한된다"고 고집해온 미국은 주장대로 개성공단을 일단 FTA 적용에서 제외했으며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강력히 요구해온 우리 측은 추후 개성공단의 FTA 적용 불씨를 살려 체면을 치른 것이다.
이 같은 협상의 기술은 농업과 자동차, 서비스ㆍ투자 등 핵심 쟁점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분야에선 우리 측이 배기량 기준 세제를 간소화하면서 환경 및 안전기준의 미측 요구를 수용해 2.5%인 미측 자동차 관세의 조기철폐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또 방송ㆍ통신ㆍ시청각 분야에서 ▦방송 국산쿼터제 완화 ▦외국어 더빙 보도채널 허용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PP) 및 기간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주문형 비디오(VOD) 등의 강도 높은 개방 요구를 막판까지 접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화주권 문제나 정치적 부담, 여기에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다자협상에서의 대응 수위을 고려하면 우리 측이 이들 부문을 양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측의 방송ㆍ통신 시장 개방 확대 요구는 미측 어업시장 개방 수준과 연계돼 처리될 전망이다.
아울러 외환거래법에 규정된 금융 분야의 단기 세이프가드를 미국 측에 인정받으려면 이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부대조건과 함께 이를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ㆍ투자자가 상대방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 적용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경험을 고려하면 우리 측이 수용하기 어렵다. ISD에서 부동산과 조세정책 등을 제외하는 문제는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측이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다시 미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건을 붙이거나 추후 논의하자는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ㆍ섬유 등 남은 쟁점 역시 주고받기식 빅딜로 타결될 전망이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이번에 진전이 없는 분야는 내주 통상장관급 회담을 의식해 양측이 유연성 발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마지막 협상에서 양측이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3/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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