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는 없다.’ 한국과 일본ㆍ대만 등 아시아 3국이 연말을 앞두고 전자와 자동차ㆍ조선 등 주력산업에서 주도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대접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의 경우 대만이 한국을 맹추격하면서 소리 없는 ‘신(新) 삼국지’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계도 인도ㆍ중국 등 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일단 절대 강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일본 등 경쟁국의 행보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ㆍLCD, 대만의 맹추격=한국의 최대 수익 산업인 반도체와 LCD 분야가 대만의 맹추격을 당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만 반도체업계는 이미 오는 2008년까지 18개 라인을 추가로 건설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점유율을 20%에서 30%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욱이 대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첨단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생산라인 건설에 나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만의 대표적 반도체업체인 TSMCㆍUMCㆍSMIC 등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110억달러(11조원)을 반도체 생산라인에 쏟아 부으며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혈안이다. LCD 부문도 대만이 출하량에서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 대만은 지난 3ㆍ4분기 49.2%의 점유율을 기록, 한국보다 8%포인트나 앞섰다. ◇자동차, 일본 따라잡기 다시 ‘주춤’=‘품질경영’을 앞세워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초일류 메이커를 맹추격해온 현대차도 최근 환율 등 대외변수 악화로 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연초 2.6%였던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7월 3.2%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 들어 8월 3.0%, 9월과 10월 각각 2.5% 등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해 13.3%였던 점유율이 최근 15.3%까지 높아졌다. 현대차는 최대 수출기지로 삼고 있는 인도에서의 판매순위 역시 도요타 등에 밀려 2위에서 5위로 내려앉는 등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급속히 꺾이고 있다. ◇‘절대지존’ 조선도 “긴장 늦출 수 없다”=한국의 조선산업은 2000년 시장점유율 33.6%를 기록하며 일본을 제친 뒤 지금까지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수주 잔량으로 따져봐도 지난 상반기 한국은 일본보다 17%가량 높았다. 특히 올 들어서는 수주 잔량을 기준으로 한 업체별 순위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한때 1~7위를 휩쓸기도 했다. 질적인 면에서도 국내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일본 등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이 신기술과 저가 물량공세를 각각 앞세워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국내 업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와 자동차ㆍ조선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의 견제와 추격이 본격화하면서 변화무쌍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양적ㆍ질적 성장을 통해 시장을 뺏고 지키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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