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해진의 차와건강] (5)찻잎이 차가 되는 길, 발효와 오행


차를 마시는 방법은 생활의 반영이다. 그래도 과학이고 품위가 된다. 차의 성질을 드러내 내 안으로 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갈래 차, 서로 다른 빛깔. 금년 6월에 만들어진 푸젠의 오룡차. 같은 갈래의 차들이 서로 다른 빛깔을 띤다.

오행으로 분류하는 차의 갈래. 오행은 낯익은 개념은 아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색깔과 모양과 기운 등으로 늘 접하고 있는 오래된 개념 가운데 하나다.

# 소득의 변화와 차 생활의 변화

찻잎이 차가 되는 과정, 바로 제차(制茶) 공정입니다. 물론 차를 만드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찻잎이 차가 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요소들은 여럿입니다. 찻잎 스스로가 지닌 조건, 사람의 손길, 물과 불 그리고 바람과 햇빛, 심지어 미생물도 이 공정에 참여합니다. 아무튼 찻잎이 사람의 손길을 타고 스스로 차로 ‘되어 가는’ 변화의 과정이 제차 공정입니다.

차 생활과 관련해서 한국 사회 분위기는 그리 개방적인 편이 아닙니다. 차 마시는 절차도 지나치게 엄숙하고 복잡해서 소수 마니아층만이 즐기는 기호음료라는 편견조차 있습니다. 국내 차 소비 시장이 녹차 위주의 단일 차종으로 굳어있다는 것도 생활 속의 다양한 차문화 형성을 어렵게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국민소득 1만 불을 전후한 1990년대 중반까지 매우 강했고, 10여 년이 지나 2만불 시대에 이르러서도 달리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0년 국내 차 소비량이 4,500여 톤 정도였고, 그중에 70~80%가 녹차였습니다. 더구나 티백 형태의 간이형이 70%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거기에 2,000여 톤 정도의 차가 수입돼 부족한 국내 수요 부분을 채웠습니다. 차 소비 형태가 믹스커피처럼 간이형에 의존한다는 것과 차 수입량이 전체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건데요. 그나마 최근 국내 차 제조업체에서 녹차라는 단일 차종에서 벗어나 황차와 홍차뿐만 아니라, 보이차와 같은 후발효차도 제작 유통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차 생활을 위한 백과사전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에서 접하는 차는 아직 본래 그 모습과 거리가 있습니다. 차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차를 만들고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오래된 약속, 차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기준을 다시 복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차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마실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나 약속이 없다면, 차는 오래된 물건이라 할 수 있으나 우리의 미래가 되지는 못할 테니까요.

# 제차과정에서 발효와 인체 안에서 오행

찻잎의 푸른색은 수분과 엽록소가 충분하고, 변화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을 상징하죠. 찻잎은 자랄수록 잎맥의 구조와 크기 그리고 화학성분 비율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시간에 따라 나름 성숙해지고, 나타나는 징후도 달라집니다. 빛깔이 짙어지고 향기도 변해가는데, 신선한 풀 같은 향에서 꽃과 같은 향기로 가고, 다시 과일 같은 농익은 향으로 변해가죠.

찻잎의 외양이 달라진다는 것은 내부도 변했다는 거죠. 찻잎 내부에서는 차탄닌이나 카페인과 아미노산 등의 성분 구성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어린잎에는 아미노산이 많고 탄닌이 상대적으로 적다가, 잎이 자라면서 이 비율 관계는 조금씩 역전돼 가죠. 채엽 시기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찻잎이 차가 되는 제차(制茶)공정은 찻잎을 따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정해진 길을 따라 제차 공정에 들어갑니다.

찻잎을 날것 그대로 먹을 경우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 이는 찻잎의 화학성분과 오랜 경험에서 파악된 차의 성질 때문입니다. 엽록소 성분이 아직 활성화 단계에 있고, 찻잎의 본래 성격이 냉하다는 것이죠. 당나라 루위(陸羽)도 <차경(茶經)>에서 “차는 그 성질이 조금 냉하다”고 했죠. 그래서, 제차공정은 차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그 찬 성질을 따뜻한 성질로 전환하는 공정이기도 합니다.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은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에서 저절로 화학변화를 일으키며 산화(酸化)돼 갑니다. 그대로 두면 찻잎도 변해 부패할 텐데요. 때문에 산화효소의 작용을 정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차를 만드는 입장은 찻잎의 수분을 어떻게 조정하고 엽록소를 어느 정도 산화시켜서, 찻잎이 변할 수 있는 조건을 어느 정도로 할지를 정합니다. 이것이 차를 만드는 ‘발효’라는 이정표입니다. 산화효소에 의한 변화와 미생물에 의한 변화까지를 모두 포함해, 넓은 의미의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차의 성질은 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는, 이제 사람 몸 속에 들어와서 하는 작용을 두고 다시 분류됩니다. 우리 몸 속에서 어떤 운동성으로 작용하는가, 이것이 기준인데요. 차를 품평할 때, 색과 향과 맛 이외에도 기운을 가지고 판단하게 되죠. 동양에서 무수한 사물을 분류하는 기준은 사물의 운동성이었습니다. 이른바 다섯 가지 흐름으로 사물을 분류했던 ‘오행(五行)’이라는 이론 체계가 발달해 왔습니다. 차라는 사물도 우리 몸에 작용하는 일정한 운동성이 있었던 바, 그 주된 작용을 기준으로 차를 분류했던 것이죠. 이렇게 세상의 무수한 차들은 발효라는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오행이라는 기준에 의해 사람과 만나게 됩니다.

# 차를 분류하는 오행이라는 흐름

차와 사람, 특히 차와 건강을 위한 필수라면 마시는 차의 성질입니다. 세밀한 제차 공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차의 성질에 대한 이해는 필요합니다. 이야기 순서를 조금은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강의 하류처럼 다양한 차의 종류, 그 모든 차들을 단숨에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차의 성질을 결정하는 다섯 갈래의 흐름, 즉 오행이라는 흐름이 무수한 차를 어떻게 꿰고 있는지, 그 개요를 먼저 보고자 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분류하는 육대(六大)차류는, 녹차(綠茶)와 홍차(紅茶) 그리고 백차(白茶)와 황차(黃茶), 청차(靑茶) 그리고 흑차(黑茶)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색깔을 기준으로 차를 분류한 듯합니다. 실제 찻잎과 탕색 등 색깔과 관련된 구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기준은 제차공정에 따른 분류입니다. 산화와 미생물 등 발효 방법을 기준으로 구분했고, 그에 따른 차 성분의 변화도 함께 설명이 가능한 구분법입니다. 대개 색깔과 향 그리고 맛으로 각 차의 특성을 묘사 설명하게 되죠.

반면에 오행은 차를 마시는 사람의 입장, 특히 차가 몸 속에서 작용하는 운동성을 기준으로 한다고 했는데요. 동양에서 오행이라는 운동성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이용해 상징적으로 표현됐습니다. 나무는 자라남의 상·하 운동성을, 불은 올림을, 흙은 풀림을, 쇠는 응축을, 물은 내림의 운동성을 각각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물이었던 셈입니다.

오행의 흐름으로 분류하는 차의 갈래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녹차는 곧 나무처럼 자라남의 작용을, 홍차는 불과 같은 올림의 작용을, 백차는 쇠와 같이 응축의 작용을, 흑차는 물처럼 내림의 작용을 하는 차로 각각 분류됐던 것이죠. 풀림의 작용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황차로 표현됐는데, 제작과정에서 서로 구분됐던 황차와 청차가 실제 차의 운동성에서는 ‘황차’로 합쳐지게 됩니다.

제차(制茶) 공정은 당연히 차가 지닌 다섯 갈래의 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차는 그 나름의 특성을 지니고, 인체 안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오행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체 안에서 작용하는 차를 이해하게 되는데요. 차를 두고 오래된 미래라고 했지만, 오행 등 동양의 오래된 개념들도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 몸 안에서도 이렇게 다섯 가지 흐름으로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게 당연했으니까요. 이제 구체적인 차의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갈 차례입니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본부장

(*티쿱에서는 직장인을 위한 원데이-티클래스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30분, 차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경험해보는 시간입니다. 문의: 02-765-5634)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