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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3월22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기치로 내건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이 과천 정부 청사에서 출범했다. 이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재정경제부는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중장기적으로 인하하는 한편 자영업자와 전문직의 세(稅)부담을 늘리는 ‘중장기 세제개혁 방안’을 이듬해 말까지 확정ㆍ시행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존의 조세정책으로는 성장률 정체와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재경부는 그 해말 발표한 2006년 경제운용방향에서 ▦세제 간소화 ▦국세 및 지방세 세목 교환 ▦과세자 비율 확대 ▦저출산ㆍ고령화를 위한 소득세제 개편 등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았다. 조세개혁은 5ㆍ31 지방선거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조세정책은 증세에서 순식간에 감세로 U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으며 지방선거 패배와 동시에 관련 안은 무기 연기됐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정체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과거 고도성장의 틀 속에서 운용되던 재정여건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세금인상 등 재원 확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계점에 다다른 재정수입 = IMF 이후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취약해지는 것은 쓸 곳은 많은데 거둬들일 수 있는 재정수입이 뻔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경제성장률(경상성장률)과 재정규모 증가율(국채 발행 포함) 두 자리 수를 기록해왔다. SOC 건설이나 에너지 등 정부의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성장 기초 부문이 많았지만 고도성장 덕분에 세수가 함께 늘어나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저(低) 성장’ 징후는 더욱 뚜렷해지고 세수(稅收) 결함도 자주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재정규모 증가율은 10.1%로 연평균 경상성장률(6.9%)과 조세수입증가율(7.1%)을 훨씬 웃돌았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소장은 “경제안정화에 ‘올인’하던 재정의 역할이 외환위기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재정적자가 만연해지고 세입에 비해 세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정에서 소홀히 취급했던 고용보험, 실업보험, 국민기초생활 보장 등 사회 안전망 확충과 소득재분배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커지면서 재정규모도 덩달아 늘었다는 것이다. ◇빈약한 세입기반으로 세수(稅收)도 오락가락 = 국세에서 차지하는 소득ㆍ법인ㆍ부가세 등 이른바 ‘빅3’ 세목(稅目)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문제다. 외환위기 이전 60%대 초반을 기록하던 빅3 세목의 비중은 지난해 71.4%까지 높아졌다. 세금부과 대상이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세목에 대한 의존비율이 높아질 경우 이들 세목의 징수실적에 따라 전체 세수도 오락가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4년과 2005년 2년동안 세수 결함액은 7조4,000억원에 달한다. 나라곳간이 비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보유중인 주식도 긴밀하게 장외거래로 내다팔았지만 빈약한 세수기반은 좀체 확대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2조7,000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왔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개운치 않다. 종합부동산세로 정부가 거둔 돈(1조3,000억원)이 1년 만에 세 배로 늘어 난데다 부동산 실거래가 적용 확대와 3주택 이상 양도소득세율 인상으로 양도세가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 실적은 나빠져 법인세와 주세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국가의 재정부담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 등에 대한 국민부담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18.3%이던 조세부담율이 지난해 20.6%(잠정)로 높아진 반면 국민부담율은 같은 기간에 20%에서 26.4%로 급등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통일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저(低) 성장’ 기조에 빠진 현 재정시스템으로는 늘어만 가는 세출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두기도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지출은 갈수록 늘어 = 수입이 뻔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규모는 되려 커지고 있다. 큰 정부를 추구하면 지출 증가가 동반되면서 재정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도 ‘일 잘하는 정부’라는 묘한 슬로건마저 내걸고 있다. 덩치뿐만 아니라 1년 단위 예산편성을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도입된 국가재정운용계획(5년단위)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도 문제다. 무조건 5% 성장을 기준 삼아 세입ㆍ세출을 계획하다가 뒤늦게 바꾸는 것이 일상화됐다. 기획예산처는 2006~2010년까지 총 지출이 연평균 6.4%, 총 수입은 연평균 7.1%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지출수요 및 수입구조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2001~2005년의 추세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나라 살림살이가 얼마나 무계획적인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물은 13년 연속 되풀이되는 추가경정예산이다. 그동안 추경 집행 내역을 보면 태풍 피해 등의 복구를 위해 추경이 편성된 적은 세 해(2002년, 2003년, 2006년)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지방교부금, 서민생활 지원, 중소기업 지원, SOC 투자 등 4~5개 항목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매년 반복되는 추경예산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작년에 국가재정법을 만들어 추경 편성 요건을 제한했지만, 요건자체가 너무 광범위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다. 호주머니 사정도 제대로 예측 못하면서 지출계획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06∼2010 국가재정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2010년의 총 지출(예산)은 287조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지출 규모는 계속 늘리면서 이에 맞는 세수 확보 노력이 없을 경우 재정 건전성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세제개혁 단행해야 =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몸통을 뒤 흔드는 세제 개혁’을 할 것을 권고한다. 세수 부족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해 세율과 세목 등을 총 정비하는 근본적인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정소요에 충분히 상응하는 재정수익 기반을 갖추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 해질 수 밖에 없다”며 “재정지출 규모와 이에 상응하는 조세수입기반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세제 시스템과 경제구조 아래에서는 세입을 늘리려 해도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금은 별로 안 걷히는데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입기반 자체를 더욱 강화해야 된다”며 “아직 조세부담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므로 다음 정권에서 인상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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