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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퍼주기 안된다] <5·끝> 성장 사다리만 놔줘라

중기 졸업 잣대 매출액으로… R&D 등 역량키우기 유도를<br>매출 적은데 중기 지원 못받는 제도 허점 고쳐야<br>중견 범위 매출 5000억 이하 잡아 맞춤육성 필요<br>기업 쪼개기·위장 중기설립·부당거래엔 제재 강화

오영호(앞줄 왼쪽 일곱번째) KOTRA 사장과 중견기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삼성동 COEX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월드챔프(World Champ) 사업 Kick-off 미팅' 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KOTRA는 'World Class 300'에 선정된 국내 중견기업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월드챔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KOTRA


박근혜 정부의 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중견기업의 정의와 범위부터 명확히 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관련 법 등의 중견기업 범위가 너무 넓어 상위 기업들에는 퍼주기식 지원 논란이 일 수 있고 하위 기업들은 사실상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기준, 매출액으로 단일화해야=국책연구기관의 A 박사는 성장 사다리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졸업 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범위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것. '중소기업 범위 졸업=중견기업'인 현실에서 중소기업기본법상 기준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조업의 경우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자본금 80억원 초과 등 여러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해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된다.(매출액 기준은 즉시 졸업) 이렇다 보니 매출액은 수백억원에 그쳐 사실상 중소기업임에도 자본금 등의 기준에 걸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생긴다.

A 박사는 "매출 1,000억원이 넘어도 중소기업 확인을 받아 정책자금 등 혜택을 받는 기업이 있는 반면 수백억원밖에 못 버는데 종업원 수나 자본금 기준에 걸려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적 중소기업 졸업 기준인 매출액 1,500억원이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조세특례제한법상의 기준인 1,000억원을 근거로 했지만 이 기준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재고하라는 것. A 박사는 "지금의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기준도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출 2,000억원이나 3,000억원은 왜 안 되느냐는 얘기다.

◇매출 규모별 지원 필요=현재 산업발전법은 중견기업을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상호출자제한집단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대로라면 매출액 1,000억원도 안 되는 기업부터 수조원대의 기업까지 모두 중견기업에 해당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견기업 상단을 매출액 기준 5,000억원까지로 한정하거나 매출액 규모에 따라 그룹을 나눠 맞춤형 정책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반면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안 된다며 대신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수출 인프라 지원은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이형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매출액 1,000억~5,000억원 구간의 성장 정체 기업들만 중견기업으로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새 정부가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세제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이보다는 중견기업 기준 재정립이 우선"이라며 "전체 중견기업들의 평균 성장률이 10%인 것에 비해 매출액 1,000억~5,000억원대 기업들의 성장률은 2%로 그쳐 성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중견기업 지원이 단순히 기업 지원 대상의 확대 차원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연구개발(R&D) 투자나 수출 지원을 늘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버팀목이 돼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학림 IBK경제연구소 본부장은 5,000억원 이상 기업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안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 본부장은 "대기업과 다를 바 없는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이 중에는 대기업에 예속된 하청기업들이 많은데 대기업조차도 이들 기업이 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해 경쟁력을 키우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전적 지원보다 수출 지원, 가업승계 등 제도상의 애로사항을 타개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장 중기 제재는 더 철저히=전문가들은 상속세 인하를 통한 가업승계 지원과 R&D 세액공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가업승계법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힘들어 기업인들은 어떻게든 편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부의 물림보다는 업의 지속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편법ㆍ부당거래를 일삼는 악질 기업은 솎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은 공통된 시각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유지하려고 기업을 쪼개고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거나 중소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이관하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에는 관계기업제도를 통해 철저히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피터팬 신드롬', 즉 기업분할 등을 하면서 성장을 거부하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체의 한 임원은 "누구를 어떻게 지원하느냐는 문제에 앞서 부정과 악행을 일삼는 기업들을 가려내 제재를 가하고 모든 지원을 박탈해야 한다"며 "반대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고 스스로 혁신에 나서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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