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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 (63)2008 IPA 서울총회 유치배경
입력2003-08-31 00:00:00
수정
2003.08.31 00:00:00
제42대 출협 회장으로 피선된 후 협회업무를 파악하기도 전에 국제출판협회(IPA-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제25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게 됐다. IPA는 세계 각국의 출판계 대표들의 모임으로 저작권 보호, 도서의 원활한 보급, 문맹퇴치 그리고 각국 출판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출판 자유를 신장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구이다. 모든 안건은 상임이사회의에서 주관한다.
IPA 총회는 4년마다 세계 각지의 회원국을 돌며 개최되고 있어서 출판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 1957년 아시아 권에서는 최초로 가입했고 그 뒤 총회가 열릴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제25차 IPA 총회에는 나와 권병일(지학사) 박맹호(민음사) 이기웅(열화당) 박길부(예하) 김언호(한길사) 사장 등이 동행했다. 스페인 출판조합연맹이 주최한 제25차 총회는 IPA 창립 100주년 기념식도 겸한 뜻 깊은 행사로 4월22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총회 하루 전날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우리는 난감했다. 회장단이나 사무국 또는 개최국인 스페인 출판계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8년 전 서울 올림픽 때 한국을 찾았다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꼬레아, 아리랑, 빨리빨리.` 하고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드는 일이 고작이었다.
우리 일행은 주최측인 스페인 출판계 대표와 각국 출판계 대표들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사무국에서는 한국이 분과위원회 중 집행위원회에 속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 대표인 나는 자동으로 집행위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친분이 전혀 없는 초면이다 보니 각국 대표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나는 `IPA 회장단과 친분을 트자` 생각하고 IPA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들은 고맙다면서 총회 일정상 저녁 식사는 어려우니 낮에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점심을 대접하게 됐다. 참석한 사람들은 IPA 회장단과 주최측인 스페인 출협의 페레비센스 회장 등이었다.
페레비센스는 IPA 부회장이기도 했다. 나는 먼저 IPA 회장단에 정중한 인사말을 하고 이번 총회를 훌륭하게 준비한 스페인 출협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이런 말도 했다.
“1988년 한국은 서울 올림픽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1992년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이 순서대로라면 출판 올림픽이라는 IPA 총회도 한국 다음에 스페인에서 개최해야 하는데 스페인이 월권을 한 것이 아닙니까? 한국은 IPA 총회를 도둑맞은 기분이 듭니다.”
내 말에 참석자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으로 한 말이긴 했지만 한국도 IPA 총회 유치에 관심이 있고 IPA 총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알린 셈이기도 했다. 그 후 귀국한 나는 곧바로 문화부에 가서 IPA 총회유치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1,000명 이상의 세계 각국 출판계 대표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라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문화부를 설득했다.
나는 IPA 사무국에 2004년 총회를 한국이 유치하고 싶다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독일도 통일 기념으로 2004년 IPA 총회 유치 신청을 해서 한국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2004년 총회 장소는 98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이곳에서 열리는 IPA 상임이사회의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한 결과 2004년 총회는 너무 촉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일에 양보하기로 했다. 그러자 독일은 2008년 IPA 총회국으로 한국을 적극 추천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제28차 IPA 총회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 예림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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