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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마케팅활동을 다시 강화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에 돌입하는 등 그동안의 부진 만회에 나서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6·4 지방선거 등 가변성이 컸던 정치 일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이벤트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상반기 내수매출 감소를 만회하면서 하반기 상승 반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세월호 참사에 더해 원화 강세, 재고 부담 등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관망 상태를 보이는 기업들의 투자를 자극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 이후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투자 결정을 미룬 채 국민 정서와 정국 흐름의 눈치를 살펴온 기업들은 최근 마케팅을 재개하고 본격적인 매출증대에 나섰다.
최근 마케팅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가전업계다. 브라질 월드컵이 소비 진작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를 국내외 매출특수로 연결시키기 위해 이미 글로벌 판촉활동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월드컵을 주제로 한 '승리의 여름' 마케팅을 시작으로 월드컵 특수 조성에 나섰다. '홍명보 스페셜 TV'를 새로 내놓은 것을 비롯해 이달 말까지 TV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LG전자도 최근 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와 브라질·독일 등 5개국 국기를 제품 겉면에 그려 넣은 로봇청소기인 '로보킹' 스페셜판을 내놓았다. 특히 6월 월드컵을 시작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면 에어컨과 냉장고·제습기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월호 등에 따른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월드컵 등을 겨냥한 판촉강화에 나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이후 신차가 출시된 모델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차종의 판매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월드컵과 신차 마케팅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특히 하반기에 준대형 세단 'AG(프로젝트명)'를, 기아차는 신형'쏘렌토'를 선보이고 닫힌 성장판을 다시 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GM도 지난해 말 정부의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던 다마스·라보 등의 경상용차를 하반기부터 다시 생산에 들어가 상용차시장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포스코는 하반기 철강시황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확대, 기술기반의 솔루션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해외에서는 인도 냉연공장을 준공하고 태국 아연도금강판(CGL) 공장 착공을 통해 국내외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유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의 SK종합화학은 이달 중으로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한 파라자일렌(PX) 생산공장의 상업생산 체제를 갖춰 수익향상을 도모한다. 하반기에는 SK가 중국 베이징(北京)기차와 함께 세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기업들이 마케팅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제는 여론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6·4 지방선거도 끝난 만큼 기업들이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강세로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회복세도 미진해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기업마다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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