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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기업에서 그동안 수차례 러브콜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기 능력 키우는 데는 이니텍만한 데가 없었거든요"
17일 서울 구로동 이니텍 본사에서 만난 김선종(사진ㆍ32) 이니텍 사업기획팀 차장은 중소기업만의 장점을 역설하며 이렇게 밝혔다.
김 차장은 지난 2004년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로 정보보안업체인 이니텍에 들어와 벌써 9년째 몸을 담고 있는 '이니텍맨'이다. 대학 1학년 때 암호학 등을 배우면서 정보보안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김 차장에게 이니텍은 작지만 꿈을 펼쳐가기에는 최적의 회사였다. 그는 "대학 때 대기업 취업도 생각해봤지만 '대기업에 가면 너의 많은 능력 가운데 하나 밖에 쓸 수 없으니 차라리 중소기업서 다양한 일을 해보라'는 선배들의 조언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소개했다.
이니텍에 입사한 뒤 김 차장이 쌓은 커리어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개발, 사업기획, 고객지원 등 영업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섭렵했다. 지난 2008년에는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정보보호협의회가 주최하는 금융정보보호 우수논문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보보안 분야에서 스스로 발명해 등록한 특허만 사내에서 가장 많은 5건이고 추가로 특허출원 중인 것도 4건에 달한다. 이니텍의 주요 금융보안 솔루션인 '이니세이프 7.0'의 기획ㆍ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을 비롯해 사내에서 가장 많은 보안제품을 기획한 덕분에 그동안 김 차장이 회사에 기여한 매출 실적만도 누적 기준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김 차장을 롤모델로 삼고 이니텍에 입사한 직원만도 지금까지 20여명에 달한다. 대외적으로도 지식경제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연구원 등에서 보안전문가로 자문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차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는 회사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출퇴근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즐겁게 일했다"며 "대기업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개발업무에만 매달리다 보니 시장을 보는 눈은 부족한 편인데 나는 기획과 개발을 모두 할 수 있어서 시장을 보는 눈까지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 차장은 입사 당시 가슴에 품었던 꿈도 벌써 이룬 상태다. 김 차장의 꿈은 본래 자신이 만든 보안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 나아가 자신이 만든 기술이 일종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이었다.
그는 '이니세이프 7.0' 개발을 통해 첫번째 꿈을 이뤘고, 그가 고안한 '키보드부터 서버까지 암호화하는 기술'을 국내 금융권 모두가 표준으로 받아들이면서 채 나이 서른이 되기도 전에 두번째 꿈까지 이뤘다.
그는 "이니텍에서 20대에 생각했던 모든 꿈을 이루다 보니 이제 사내 후배들을 양성하고 이니텍을 종합정보보안회사로 키우는 쪽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차장이 괄목할 성과를 거두면서 회사 조직도 움직였다. 정보보안 공부를 더 하고 싶던 김 차장의 요구로 지난 2007년 사내 처음으로 대학원 지원 제도가 도입됐다. 적극적인 특허 취득 활동에 힘입어 회사 매출로 이어진 특허에 한해 수익의 0.5%를 발명자에게 주는 인센티브제도도 생겨났다. 게다가 주변 친구들이 대기업에서 이제 갓 대리를 단 사이 그는 올해 이니텍 역사상 최연소로 차장 자리에 올랐다.
김 차장은 "대학원 지원제도나 특허 인센티브 제도도 원래 없었는데 적극적으로 건의하니 회사 정책이 바뀌었다"며 "대기업이었다면 사원 요구에 이렇게 유동적으로 조직이 바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최근 젊은이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차장은 "최근 후배들이나 입사지원자 가운데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떨어지면 오는 곳'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하고도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가 3D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꿈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기업이 야근도 더 많고 조직문화도 경직돼 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철밥통 회사를 찾아 다닐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능력을 키워 철밥통 인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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