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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주요 대기업 2, 3세 경영진이 올해 인사를 통해 경영전면에 배치되며 본격적인 경영승계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CCO),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 등 주요 그룹 후계자들이 승진을 통해 대내외 활동의 폭을 넓히며 그룹 경영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로 선임된 이재용 전무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차단막을 걷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 전무는 그동안 대내업무에만 치중했고 대외업무도 이건희 회장의 수행에 역할을 한정했다. 이번 인사로 CCO에 선임되며 이 전무는 앞으로 대외적인 활동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맡은 업무가 고객ㆍ투자자는 물론 미래주주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업무인 만큼 글로벌 무대는 물론 국내에서도 경영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아왔지만 이 전무가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CCO의 역할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전히 전략기획실이 이 전무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사장은 2005년 2월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해 기아차의 해외영업본부, 중장기 해외공장 프로젝트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일찌감치 그룹 내 입지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정 사장은 슬로바키아 공장건설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중국 둥펑 위에다 기아 제2공장,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 공장 등 각 해외공장의 사업 진행사항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말 두 계단을 한번에 오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있어 여타 그룹보다 한발 앞선 상황이다. 상속세 문제를 정면 돌파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신세계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정용진 체제’로의 전환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올해 재계 세대교체에는 여풍(女風)도 강하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상무는 승진과 함께 기내식사업본부를 맡으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조 상무의 경우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 기내식대회’로 첫 언론 데뷔를 한 후 각종 대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도 빠르게 후계구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승진과 함께 기획실장을 겸임, 현대그룹의 내부 움직임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도 부친인 정몽근 회장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그룹을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리더 위치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정으로 입사한 뒤 5년 만인 2002년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했고 다시 1년 만에 그룹총괄 부회장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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