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발행을 시작한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가 발행 형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한 JB금융지주(175330)는 기관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했지만 후순위채 형태로 발행한 부산은행은 자금을 대거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후순위채 코코본드가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이자 지급제한 조항이 없어 안정성이 높다"며 앞으로 기관들이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더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한 은행은 JB금융지주·부산은행 2곳이다. JB금융지주가 국내 최초로 지난달 22일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부산은행이 뒤이어 지난달 30일 1,000억원을 발행했다.
청약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JB금융지주는 2,000억원 모집에 528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친 반면 부산은행은 1,000억원 발행에 1,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JB금융지주의 금리가 연 6.4%로 부산은행(3.56%)보다 높았음에도 기관 자금은 부산은행으로 더 쏠렸다.
이처럼 같은 코코본드지만 결과가 엇갈린 것은 부산은행의 경우 이자 지급제한 조건이 없는 후순위채 형태로 발행해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와 부산은행 코코본드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이 상각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한 JB금융지주는 경영개선명령·권고 등을 받으면 이자 지급이 제한되는 반면 부산은행은 별도의 이자 지급제한 조건이 없다. 기관 투자가 입장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만기까지 약정한 이자 수익을 수령할 수 있는 부산은행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만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의 코코본드 만기는 10년이지만 JB금융지주는 30년이다. 발행사인 JB금융지주가 발행 이후 5년 경과 후부터 콜옵션(조기상환) 행사가 가능하지만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상환 후에도 총자본비율이 10.5%, 기본자본비율이 8.5%를 웃돌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중도상환 확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회계처리 문제도 또 다른 요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코본드는 기본적으로 바젤 Ⅲ하의 은행 자본비율 계산시에는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회계상에서는 종류에 따라 다르게 처리된다"며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는 지분증권으로 처리하는 반면 후순위채 코코본드는 채무증권으로 인식해 일부 운용사나 보험사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에는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용등급에서도 부산은행의 후순위채 코코본드(AA)가 J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A+)보다 더 높다. 국내 운용사의 펀드 편입 가능 채권 신용등급이 대부분 AA급 이상이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에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자본 확충을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앞둔 은행들은 기관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부분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10년 만기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코코본드를 다음달 초 발행할 예정이며 전북은행과 IBK기업은행도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의 후순위채 코코본드 신용등급은 대부분 'AA'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전북은행의 후순위채 코코본드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JB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원금손실 가능성과 이자가 지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했다"며 "반면 경남은행·전북은행 등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기관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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