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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올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수 해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환출자는 한 대기업그룹 안에서 계열사들끼리 서로 출자해 지배력을 높이는 출자방식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해 법 개정을 거쳐 올해 7월25일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으며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서도 공시 의무를 두는 등 규제 강도를 높여왔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483개로 전년 9만7,658개와 비교해 99% 이상 급감했다. 순환출자 보유 대기업 역시 삼성·현대차·롯데·현대중공업·KT·금호아시아나·대림·현대·현대백화점·영풍·한라·현대산업개발·한솔 등 14곳으로 전년 대비 1곳 줄었다. 동부는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했고 동양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돼 2곳이 줄었으나 KT가 새롭게 포함됐다.
기업별로 보면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가 417개로 가장 많았다. 전체 순환출자 고리(483개) 중 86.3%를 롯데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9만5,033개에 달했으나 올 들어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 고리 수를 대폭 축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지만 강화된 공시 부담이 크고 사회적 분위기도 비판 여론이 많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역시 전년 2,555개였던 순환출자 고리 수를 올해 14개로 크게 축소했으며 현대차도 7개였던 고리 수를 6개로 1개 줄였다. 반면 현대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같은 기간 5개에서 9개로 늘었고 한진 역시 3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발표한 순환출자 고리 수가 실제 현황에 비해 축소됐었다며 경위를 밝혔다. 지난해 현황 자료에서는 1% 이상 순환출자 고리 수가 롯데 51개, 삼성 16개에 그쳤지만 올해 자료에서는 각각 5,851개, 30개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현황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이 제출한 순환출자 내역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지만 올 상반기 '순환출자 산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구체적인 숫자 파악이 가능해졌다"며 "올해부터는 법률상 대기업이 상세내역을 공시해야 하고 위원회도 전산 프로그램을 가동해 정확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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