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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반도의 상술
입력2002-11-07 00:00:00
수정
2002.11.07 00:00:00
산둥성 룽청(榮成)시의 한중 항로 전용 국제여객 터미널은 이름이 룽옌(龍眼)이다. 지금은 한국 화객선 대룡호(1만8000톤) 한 척이 유일하게 평택항 사이를 잇는다. 그러나 내년 7월이면 인천 항로가 추가된다. 룽청시 인민정부는 북한과도 뱃길을 열 생각이다. 외사판공처 샤지앙이(夏疆義) 주임은 지난 6월에 북한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남포항 항로를 개설하는 문제를 놓고 북한 당국과 협의하기 위함이었다. 개항 원칙에는 북측도 동의했지만 투자 조건에 이견이 생겼다. 북한 당국은 선박 운용에 들어가는 투자자금 전액을 룽청시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룽청시는 그런 북한 측 조건이 부담스러워 협상은 교착상태라는 설명이었다. 우리는 한중간의 거리를 잴 때 이른바 '베이징 중앙'과 '상하이 중앙'으로 한정하는 버릇이 있다. 베이징은 정치적 거리를, 상하이는 경제적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점이다. 산둥반도는 한반도와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산둥은 그늘에 가려서 가깝고도 먼 땅이다. 상하이는 '천지개벽'을 했다. 천지개벽이라는 말은 지난해 초 김정일 위원장이 상하이를 순시한 후, 북한 인민에게 경제 개방의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꺼낸 말이다. 상하이가 천지개벽을 했다면 산둥반도는? 이번에 나와 동행한 스포츠 신문 '굿데이' 박정삼 사장은 '상전벽해'라는 4자성어로 산둥반도의 변화 잠재력을 표현했다. 시 인민정부 편집위원회가 발행한 화보의 표지는 한반도에 가장 가까운 지점이자 산동반도 최동단인 청산터우(成山頭)와 한국 화객선 대룡호의 입항을 대조시킨 장면이다. 부시장 4명 가운데 관광을 담당한 왕환멍(王煥孟) 부시장은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유명했다. 대룡호 출항을 한시간 앞두고 왕 부시장은 국제여객터미널 부근에 있는 보샤산장(溥霞山莊)에서 한중수교 10주년 기념행사 한국측 조직위원장인 김일상 회장(주 해피라인) 일행을 위해 오찬을 베풀었다. 김 회장은 공동투자 상담자를 어떻게 찾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왕 부시장은 "내게 맡기라"고 응답하며 즉시 휴대전화를 때렸다. 10분이 안되어 산둥룽청어업총공사 위안바오차이(袁保財)총경리가 비서 한 명을 대동하고 오찬장으로 급히 달려왔다. 이런 신속성은 관이 주도하는 효율성을 보여준다. 왕 부시장과 위안 총경리는 산둥의 콰이콰이디(快快地) 체질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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