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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신격호회장 부친 장례방법 국민들 촉각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화장이냐, 재매장이냐.」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의 부친 시신을 도굴, 금품을 요구하던 범인들이 경찰에 붙잡힘에 따라 금명간 치뤄질 장례식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장례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8월 타계한 SK㈜ 최종현 회장이 화장을 치룬 때문. 평소 장례문화 변화를 위해 사후 화장하겠다는 말을 자주했던 崔회장은 유족들에게 매장 대신 화장할 것을 유언했고 유족들도 崔회장의 유지에 따라 매장문화에 익숙해있던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같은 崔회장과 유족들의 화장장례는 특히 그동안 부유층에서 지나치게 넓은 묘지터와 호화장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시켰던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 10명중 8명이상이 매장을 선호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118배나 되는 996㎢(전국토의 1%)가 묘지를 차지하고 있고 허가된 공원묘지수도 250여 곳에 이른다.
더구나 현행법상 매장시기가 아직까지 무기한으로 돼 있는데다 현재 국회법사위에서 심사중인 개정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최고 60년까지 매장이 가능하게 돼있어 이대로라면 전 국토가 묘지로 변할 전망이다.
특히 무허가 묘지까지 합치면 묘지면적은 가늠하기 힘든데다 풍수지리상 교통여건이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을 묘터로 잡는 것이 정석으로 돼 있어 국토잠식과 환경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매장문화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辛회장등 유족들이 화장을 선택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희박하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두번이나 고인이 된 사람을 또다시 화장을 실시해 세번이나 죽게할 수 없다는 유족들의 정서때문.
특히 유족들은 崔회장의 화장은 자신이 직접 유언을 해 이뤄졌지만 辛회장 부친의 경우는 자식들이 직접 장례방식을 결정해야 하는만큼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효자로 소문난 辛회장이 화장을 선택하겠느냐』며 『훼손된 묘터에 재매장할 것인지, 다른 묘소로 이장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같은 辛회장과 유족들의 입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현지 주민이나 일부 시민들은 희대의 유골도난사건을 당한 辛회장과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동정하면서 자식으로서 매장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판론도 만만찮다. 따지고 보면 호화분묘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건도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채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는 배산임수형 지형을 골라 비싼 비석과 상석, 봉분, 수목 등으로 묘지를 치장하고 그룹계열사 임원과 묘지관리인까지 두며 분묘를 관장하게 하는 것은 일반 국민정서와 배치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100여평이나 되는 묘지면적과 관련, 개인묘지의 경우 1구당 6평씩, 24평(4구기준), 공원묘지의 경우 3평까지 허가하고 있는 현행법에도 위배된다며 행정당국의 강력한 법집행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건복지부관계자는 『현행법상 매장면적을 초과할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며 『사회지도층의 자발적인 법준수가 아쉽다』고 말했다.
辛회장과 유족들의 장례방식은 우리 장례문화를 바꿀 또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울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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