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사진) 듀오백코리아 사장은 지난 2010년 단독대표로 취임한 후 3년간 늘 같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듀오백을 버릴 수 있는가'. 한국 사람 중 듀오백을 모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몇년간 성장이 정체되면서 과거에는 거뜬하게 넘어섰던 매출 400억원 문턱마저 갈수록 높아졌다. 결국 정 사장은 지난달말 마음을 굳혔다. 듀오백도 버릴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듀오백이 살아남는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제 듀오백은 사명을 DBK로 바꾸고 의자 전문기업을 넘어 인체공학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4일 서울 구로동 듀오백코리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정관영 사장은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듀오백코리아의 사명을 DBK로 바꾸고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판매 및 임대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의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품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안마기를 팔아도 듀오백 브랜드를 팔면 선호도가 더 높아진다"며 "듀오백 형태의 자동차시트인 듀오백오토나 가방 등을 통해 이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듀오백은 지난해 9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의자를 비롯한 가구 시장 침체가 여전했으나 듀오텍스, 듀오백 2.0 등 신제품 출시와 특판 비중 확대에 힘입어 매출도 3.5% 늘며 선방했다. 올해 역시 신제품 출시와 B2B(기업용)·해외 부문 성장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신사업 진출, 마케팅 비용 확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은 더딜 것이라는 게 정 사장의 관측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익 규모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판매 호조와 해외·온라인 부문의 가파른 성장 및 B2B 판매 확대로 매출은 2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소비자가 좌판·등판 소재부터 의자의 색상, 기능까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늘리면서도 생산 플랫폼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였다"며 "메시 소재나 천연 라텍스 등 기능성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재와 기능, 디자인을 다변화한 점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특판 비중이 늘고 있는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다. 듀오백의 급성장기로 꼽히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중반 청소년기를 보낸 일명 '듀오백 키즈'가 각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되면서 특판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직원 복지 확대 차원에서 고급 의자 설치를 원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면서 조만간 절반 이상의 매출이 특판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매출은 최근 들어 연 10~15%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미주 법인 설치도 검토중이다. 올해는 세계 주요 사무가구 박람회에 단독 부스를 차리고 해외 거래처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 연말 한국에 진출하는 이케아와의 제휴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정 사장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은 듀오백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케아의 제품 카테고리에서 의자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케아가 듀오백 의자를 팔 수 있게 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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