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지 의사를 표해온 박흥석 광주상의 회장이 전날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회장이 합의 추대 형식으로 차기 광주상의 회장에 내정됐다. 박흥석 회장은 불출마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전 김 회장에게 연락해 '지역 경제인들의 화합'을 특별히 부탁했고 김 회장도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 많이 도와주시라"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이같이 광주상의 차기 회장에 안착하면서 금호산업 인수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호반건설과 금호그룹 사이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박흥석 회장의 불출마 배경에는 막역한 사이인 박삼구 회장이 영향을 주며 김 회장의 상의 회장 추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광주상의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흥석 회장과 오랜 의리 때문에 박삼구 회장이 김 회장의 지지 요청을 수용하지 못해 두 사람 간 오해와 반목이 생긴 측면이 있다"며 "박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박삼구 회장 측도 도움을 주며 김 회장 추대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갖춰 금호와 호반은 협력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채권단도 두 회사가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하는 조짐을 감지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수전이 달궈져야 매각 가격이 오르고 채권 회수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양측이 손을 잡으면 인수전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금호산업 인수후보인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4곳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금호산업의 대주주 자격을 강화해 운신의 폭이 줄어든 상황이다. IB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호반과 금호그룹 간 관계가 상의 회장 추대로 급진전되면 호반이 인수전에 형식적으로 참가하며 금호그룹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의 한 핵심관계자는 "두 회사의 협력 여부는 관심 밖이지만 중요한 건 금호그룹이 인수 후보들이 본입찰에서 제시할 금액 이상을 준비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인수 후보들의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박삼구 회장 측에 가격을 제시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재매각 입찰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시장 가치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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