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0년동안 역사상 최고의 탐험가는 누굴까?” 1999년 말 영국 BBC방송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1등의 자리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차지했다. 그 뒤를 제임스 쿡,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가 이었고 5위의 자리에 섀클턴이란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 아문센과 스콧의 이름은 귀에 익지만 섀클턴은 낯이 설다. 영국인들은 아문센과 스콧을 제쳐놓고 왜 그를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탐험가로 꼽은 것일까. 섀클턴은 남극탐험을 시도한 인물로 아문센과 스콧의 경쟁자였다. 스콧과 함께 떠난 첫 번째 남극탐험을 괴혈병 때문에 포기한 섀클턴은 두번째 남극탐험을 시도해 스콧의 탐험대보다 580㎞ 더 남쪽의 땅을 정복하고 전 대원과 함께 무사히 귀환했다. 시대를 초월해 지금도 인용되고 있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1914년 발휘된다. 27명의 대원들과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출발한 남극 횡단 탐험에서 그의 배는 웨들 해 부빙에 갇혀 난파당한다. 하지만 그는 극한 공포 속에서 뛰어난 통솔력을 발휘해 결국 2년 뒤인 1916년 8월 엘리펀트 섬에 남아있던 모든 대원과 함께 죽음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1,300여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1900년대 초 당시 극지 탐험대의 일화들이 세세하게 담겼다. “최종 목표를 잊지 말라. 그리고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라.” “팀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화하라. 우리는 하나다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항상 다른 방법이 있다.”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그의 리더십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남극 대륙의 눈 속에서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섀클턴은 어떤 신비스런 존재가 자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매우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험이 바로 그 시대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는 T. S. 엘리어트의 ‘황무지(The Waste Land)’에 깊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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