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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웅 휴먼칼럼] 50살된 `철부지'

미국 로키 산맥 바로 건너편에 있는 네바다 주와 유타 주는 묘한 이웃이다. 주경이 서로 맞붙어 있고 땅 크기와 인구도 비슷하다. 땅덩이 대부분이 사막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주민의 평균 수명이 극과 극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네바다 주민의 평균 수명이 미국 최단인 반면 유타 주민의 수명은 미국 최장이다.이유는 단순하다. 네바다 주를 상징하는 환락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이혼 자유」와 「도박」, 유타 주를 상징하는 몰몬교의 엄격한 「신앙」때문이다. 삶을 제멋대로 사는 네바다 주민의 자유, 그리고 엄격한 금욕을 기저에 둔 유타 주민의 경건한 삶이 구체적으로 평균 수명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은 최근 미국을 예의 관찰한 예수회 소속 송봉모(토머스)신부의 진단이다. 가톨릭 신자인 처제로부터 건네받은 송 신부의 영성강좌 테이프를 듣다 나도 몰래 귀가 솔깃해진, 이색적인 미국 진단이다. 그렇다고 강대위에서 펼친 신부의 강좌내용을 신문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고, 해서 시사주간지 타임의 99년도 연감을 꺼내 두 주의 내역을 검증한즉 송 신부의 진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유타 주의 크기는 21만2,000㎢ 로 크기 면에서 12번째(네바다 주 28만㎢ , 7위). 한반도 정도의 크기다. 인구는 205만으로 35위(네바다 주의 167만, 39위). 두 주는 물론 붙어 있다. 신부의 진단은 우선 수치면에서 거의 정확했던 것이다. 남은 문제는 평균 수명의 차이인데, 타임지 연감은 이를 빠뜨리고 있다. 신부가 강좌에서 지적하듯 『종교는 상식이 아니기 때문』인듯 싶다. 아니면 진실은 송 신부처럼 영성을 지닌 사람에게만 옷자락을 내밀기 때문일까. 신부는 그러나 강조한다. 이런 비교가 몰몬 교를 PR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의 영성을 말하기 위해서라고. 서울 지하철역 도처에 널린 에스컬레이터는 뉴욕 파리 프랑크푸르트 도쿄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와 똑같다. 에스컬레이터 한 가운데 위아래로 쳐진 줄은 물론, 노랗게 쳐진 줄 색깔 마저도 똑같다. 그런데도 유독 서울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사용 방법은 다른 도시들과 전혀 다르다. 외국의 경우 이용객들은 에스컬레이터 계단의 오른쪽 아니면 왼쪽 한 켠에 서서 오르 내린다. 바쁜 사람이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길을 막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뒷 사람이 있건 없건 계단 하나에 둘이 올라 남의 통행을 차단하는게 보통이다. 시내에는 양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전철에 미리 탑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의 실정에서 이를 가르칠 부모도 교사도 없다. 부모나 교사 스스로가 양보를 모른채 성장한 탓이다. 기차역 매표소나 공중 전화통앞에서 볼 수 있는 줄서기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대단한 변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줄서기 역시 크게 잘못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줄을 서되 줄서는 방법을 모른다. 공중변소 매칸마다 줄을 서듯 매표 창구마다 또 전화통마다 줄을 선다. 따라서 이 줄에서 저 줄로 바꾸는 줄바꾸기도 예사다. 일렬로 줄을 서, 빈칸이 생길때마다 차례로 빈자리를 메우는 줄서기의 정도(正道)와는 크게 일탈해 있다. 군대는 가되 돈을 써 의병(依病)제대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전화 거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다리는 사람이 머리를 바짝 들이미는 통에 통화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는 아예 지켜지지 않는다. 통화자에게 불편을 줘 통화를 빨리 끝내게 하려는 저의도 숨어있다. 이웃 일본도 그러했다. 패전 직후 길거리마다 담배 꽁초와 가래침이 너절했다. 이를 바로 잡은 것이 일본의 신문들이었다. 캠페인을 벌여 타인에게 「메이와쿠(迷惑·당혹감)」를 주지 않도록 계도한 것이다. 지금 모 일간지가 연재하는 「글로벌 에티켓」캠페인을 그런 의미에서 거듭 주목한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 창피당한 사례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얼마나 창피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자각시켰으면 싶다. 지금 한국의 나이는 건국한 햇수로 따져 만 50세이나 아직껏 철부지다. 이웃 일본과 비슷한 나이건만 우리는 왜 이토록 다른가. 네바다 주와 유타 주가 그토록 다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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