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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뒤에서]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모는가
입력2001-04-18 00:00:00
수정
2001.04.18 00:00:00
[무대뒤에서]누가 이들을 거리로 내모는가
지난주 금요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문화예술 기부금 장려 촉진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문화계 인사와 각 대학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참석한 집회 곳곳엔 시간을 쪼개 참여한 듯한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랜 문화계의 숙원을 드디어 궐기하여 집회로 표출하나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달 말 정부가 문화예술단체의 기업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자 순수예술이 티켓 수입만으로 꾸려지지 않는 현실을 도외시한 조치라며 문화계 인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정이 당일 오전에서야 이 개정안을 철회하자 당초 예정된 궐기대회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부금 장려법을 요구하는 성격의 집회로 급히 변경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거론치 않았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 촉진법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인사는 "원래 12일 오전 문화계 인사들이 당정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의견을 우회로 전달 받아 이가 취소됐고 당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었다.
같은 시각 종묘공원에서는 잇따른 국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폐지에 항의하는 국악인 500여명의 궐기대회가 열렸다.
교통량을 감안, 시위를 생략하고 결의문 낭독과 국악 공연을 펼친 이 대회는 시위 라기보다는 한편의 국악 공연에 가까왔다. 인터뷰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지없이 순진(?)했다.
결국 발끈하여 거리로 나섰건만 그 모양 역시 소박하다. 이런 이들을 여기까지 내몬 건 과연 누구인가. 오늘도 대학로 한 켠엔 시위를 위한 흰 천막이 펄럭이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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