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의 금통위 참석 여부에 대해 "기재부는 현오석 전임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금통위에 차관을 참석시키지 않았다"며 "주 차관도 앞으로 이 같은 관례에 따르기로 했다"고 열석발언권 포기방침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한은과 소통하려고 하면 굳이 열석발언권을 쓰지 않아도 다양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석발언권이란 금통위에 기재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정부 입장에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다. 열석발언권자는 금통위의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정부인사 참석 자체만으로도 금통위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월 당시 허경욱 1차관은 법상 명시된 권한을 행사했으며 이후에도 신제윤 1차관(현 금융위원장)이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두 차례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
2기 경제팀이 열석발언권 행사를 포기한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간부는 "만약 주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경기부양 정책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면 금통위원들로서는 정부 압력에 굴복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인하 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긁어 부스럼 만들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불참이 정책 공조의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 7월 금통위는 신 1차관이 오랜만에 불참하자 장기간 동결 방침을 풀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또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추경호 기재부 1차관(현 국무조정실장)은 아예 공개적으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못 박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금통위는 지난해 4월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3조원 늘리고 5월에는 금리를 내렸다.
정부는 열석발언권 행사를 당분간 포기하더라도 '열석발언권 폐지'에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사문화되기는 했지만 만약에 대비해 긴급한 정책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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