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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넝쿨

10수년 전에 '집합주택'(아파트먼트)에서 벗어나 골목길에 있는 주택으로 옮겼다. 앞집 할머니가 손 뼘 만한 마당에 호박넝쿨을 키운 것이 보이는 집이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호박넝쿨은 사라졌다. 골목길에 파고든 개발 신축 바람 때문이었다. 영국 런던에서 한국 호박넝쿨을 키운 사람을 만난 일이 있다. 그는 조그마한 주택에 세들어 살게 되자 몇 평의 정원을 활용할 궁리를 했다. 문득 호박넝쿨을 키워 호박부침을 해먹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고향의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몇 달 후에 호박씨가 도착했다. 그것을 정원에 심었다. 가을에 호박이 30여 개나 주렁주렁 열렸다. 런던 땅에서 한국순종 호박 무침과 호박 지짐이를 먹을 수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매일 도시의 같은 길을 오가면서도 낯설다고 느낀다.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은 항상 닫혀 있다. 도시는 과밀하여 와글와글 하지만 실은 모두가 이방인이다. 서울과 런던의 호박넝쿨은 그런 이방인들의 '전원일기'같은 것이다.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가 최장수 기록 22년 만에 막을 내린다고 한다. 문화방송은 아직 정확한 시기는 결정짓지 못했으나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끝낸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화방송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글들이 빗발쳤다고 한다. '전원일기 살리기 운동'을 위한 인터넷 카페도 생겨났다고 들린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신세대 시청자의 소리가 많다. "내 유일한 마음의 고향 같던 전원일기가 종영이 된다니 단지 재미위주로 보던 다른 드라마가 종영되는 거와는 달리 고향이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했고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해준 전원일기인데" "오늘 전 또 전원일기를 보면서 울었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봤거든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전원일기를 보면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신세대도 '전원일기'를 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들은 전원일기에서 푸근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 인정스럽고 정겨운 이웃들을 접한다. 보도에 따르면 전원일기의 대다수 주역들이 진작부터 이 드라마의 폐지를 원해왔다고 연출자가 밝혔다고 한다. 시청률하락이나 소재고갈이 아니라 전원생활에 지친 출연자들의 '현실적인 사정'이 전원일기의 종영을 재촉한다는 주장이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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