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강세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예전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항공과 철강, 음식료주 등이 뜻밖의 약세를 보이는 반면 환율하락에 민감한 정보기술(IT)과 자동자주들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80원 아래로 내려간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지수는 51.67포인트(0.46%) 오른 1만1,350.99로 장을 마감했다. 운송장비도 10.86포인트 오르면서 하락 하루 만에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통상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혜를 입는 철강금속지수는 21.39포인트 내린 5,456.75로 거래를 마쳤고 음식료 지수도 25.33포인트(-0.68%) 하락했다.
종목별 움직임을 보면 원화강세 수혜주 공식 파괴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 IT 종목인 삼성전자는 이틀 연속 오르며 150만원선에 바짝 다가섰고 LG전자(0.40%)와 SK하이닉스(0.39%) 등도 올랐다. 자동차주 가운데서는 현대자동차가 0.66% 오른 것을 비롯해 기아자동차(0.99%)와 현대위아(1.14%), 현대모비스(1.91%%)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대표적 원화강세 수혜종목인 대한항공은 이날만 1.13% 내리는 등 사흘 연속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도 1.34% 하락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철강종목 가운데서는 포스코가 0.30% 하락했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각각 0.96%, 2.77% 내리는 등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음식료 업종 가운데서는 농심이 2.09% 내린 것을 비롯해 롯데삼강(-2.74%), 롯데제과(-0.28%), 오리온(-1.88%)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통적인 원화강세 수혜 공식이 깨지고 있는 이유로 환율 변동 속도를 꼽는다.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때는 수익성 악화 등 우려와 원료 수입 원가 하락이란 호재가 교차하면서 IT와 자동차주는 하락하고 철강이나 항공주가 올랐지만 현재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환율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5월25일 1,185원이었으나 5개월만에 85원 가량 빠지며 지난 10월25일 1,100원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11월 이후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여전히 하락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속도는 다소 둔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IT나 자동차 업종의 경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에 대한 내성이 생긴 점도 IT 등의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다소 느려지면서 수혜주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수요 증가 요인이 원화강세 악재를 압도하면서 주가가 뜻밖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연구원은 "앞으로도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원화강세로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거나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철강이나 음식료ㆍ항공주 등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실적은 환율이라는 가격 요인과 수요량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결정된다"며 "앞서 가파른 원화강세로 환율이 증시 내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수요라는 변수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화강세에 따른 수혜 종목 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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