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장에서는 달러당 1,000원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그칠 줄 모르는 달러화 유입으로 세자릿수 환율 진입 가능성이 커지는 점이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8일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보면 연내 세자릿수로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난해 8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경상 흑자는 GDP의 6.1%를 차지했으며, 올해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환율 하락을 방어하려고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자릿수의 환율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환시장 딜러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환율 하락기에 집중돼 다소 편향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며 “해외에서는 이를 달갑게 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인용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는 한국의 GDP 대비 경상 흑자가 ‘적정 수준(3~4%)’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의 환율은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고통이 더 크다.
기업은행이 지난달 16~18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당 1,03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기업이 40.8%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달러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환율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채산성이 나빠져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삼성·현대를 빼면 지난해 3분기부터 수출 기업 적자폭이 커졌다”며 “환율 하락으로 제조업이 공동화(공동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하락에 원·엔 환율마저 하락하면서 주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사정이 한층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엔 재정환율은 최근 100엔당 1,000원을 위협할 만큼 하락했다. 지난해 말 극에 달한 ‘엔저(円低·엔화가치 하락)’ 이후 재차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원·엔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며 환율이 수출에 주는 타격이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까지 가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보다 0.35%포인트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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