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한국 증시도 맥 없이 주저앉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도 당분간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전고점 돌파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펀드 유입이 꾸준하고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인 만큼 추가적인 급락보다는 충격을 흡수해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지속, 1,800선 지지 타진할 듯=10일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해외 악재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증시 조정을 촉발한 외국인 매도세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의 외국인 주식 매도가 신용 리스크에 좌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련 해외뮤츄얼펀드에서 2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주(8월2~8일) 한국 관련 펀드에서는 2억200만달러가 유출됐고, 신흥시장펀드에서도 6억2,7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글로벌 돌발 악재에 따른 뮤추얼펀드 자금 이탈 현상은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 이상 이어졌다”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해외 뮤추얼펀드 동향은 국내 시장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00선 지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80포인트 넘게 급락하긴 했지만 일단 1,800선을 지켜낸 만큼 1,800선 지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경우 1,800선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이번 조정 최저점으로 1,800선을 제시했다. 최재식 연구원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동향을 감안할 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충격으로 MSCI 선진국 지수는 4.7% 정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코스피에 적용하면 예상 지수대가 1,789포인트이지만 MSCI 신흥시장 지수를 감안하면 1,800선에서 지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77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1,950을 적정 지수로 판단했지만 이번 해외발 유동성 위기로 지수가 1,770까지도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충격 흡수하겠지만 급격한 반등 힘들어=일단 BNP파리바의 펀드 환매 중단이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BNP파리바의 국내 합작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현재 환매 연기된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 않으며 신한BNP파리바가 운용하는 어떤 펀드도 환매가 연기된 펀드에 투자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날 지수가 80포인트 이상 폭락한 만큼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했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파생상품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우려사항”이라며 “서브 프라임 문제가 하반기 내내 증시 상승의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우리 증시에 근본적인 리스크는 아닌 만큼 추세를 훼손하진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국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이날 7,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증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그렇지만 급격한 반등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국 CJ투자증권 연구원도 “서브 프라임 파문이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지 않는 한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면서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전고점 돌파는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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