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입된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한국의 금융시장을 교란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원화 강세로 연결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입 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4일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단기적으로 호재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긴장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방향성이 워낙 급하게 바뀌는 만큼 유입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때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출이나 대외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당국으로선 경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출구전략 시행 시사 이후 신흥국 중 한국으로 유독 자금이 유입되는 데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경고 메시지를 냈다는 데 시장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런 차원에서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자동차, 정유, 중공업 등 6~7개 주요 수출입업체 재무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급속한 외자 유입 등에 따른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날 자리는 최근 원·달러 환율 낙폭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입업체의 물량 때문에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동안 한국 금융시장으로는 유독 자금 유입세가 가속화됐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이달 23일까지 19거래일째 지속돼 누적 순매수 규모는 8조2,835억원에 달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순투자 규모가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가운데 전날 원·달러 환율은 10.3원 내린 달러당 1,073.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는 최근 유입된 외자에 대한 성격 분석을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이지만 헤지펀드와 각종 투자회사, 국부펀드 등 단기 및 중장기 자금이 뒤섞인 것으로 보여 유출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일정 기간 원화 강세를 예측한 환투기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상당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된 자금이 급격한 원화 절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대해선 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환율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자 경상수지 등 대외건전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은 이런 측면에서 미국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자금 유출뿐 아니라 자금 유입 등 양방향의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기존에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도 보완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은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는 급속한 자금이 유입되는 등 시장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외환시장 개입이나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등 이른바 ‘거시건전 3종 세트’ 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 정부가 섣불리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긴장감을 갖고 시장을 모니터링 하되 긴 안목을 갖고 반드시 필요한 때에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외채 비중 등을 볼 때 현재로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신흥국 위기가 확산해 시장이 붕괴할 때 등을 대비해 통화스와프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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