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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어느날 갑자기

孫光植(언론인)포스트 모더니즘의 특징적 현상으로 ‘해체’라는 말이 등장한다. 아마도 이제까지 현대사회를 지배해 왔던 모든 틀이 깨져나가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이 말 속에는 사건과 현상이 ‘어느날 갑자기’들이닥친다는 뜻이 있다. 그리고 사건과 현상은 이제까지의 문법책에 써 있는 원칙대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예측불허이다. 소비에트 체제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이 ‘해체’현상에 대입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IMF사태도 ‘어느날 갑자기’였다. 나중에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사후 논평들이 있긴 했지만 파국의 돌연성을 정확히 짚어낸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사건과 현상이 중첩되고 있다. 일이 터지면 이런 저런 해석과 평가와 예측들이 난무한다. 전직 대통령은 보고를 받을 때마다 “우째 이런 일이....”했다지만 세상을 흔드는 일은 계속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일이 터질 때 그 파장은 굉음을 내면서 증폭한다.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로 대중은 리얼 타임으로 사건과 사태에 접속한다. 중동전쟁도‘서해교전’도 동시간대에 전파됨으로써 상황적 긴박감을 전쟁터와 공유한다. 자연 그 파문의 증폭 반경과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우리 경제는 지금 어느 정도 안정감을 회복하는 지표들을 내놓고 있다. 매스컴과 강단 경제학은 불안감과 경계론을 펴고 있지만 경제 분위기가 그렇게 침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주‘서해교전’사건에서도 경제현장은 완강한 안정반응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이다. 또다른 파문이 예비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공항을 예고한 라비 바트라가 제시한 붕괴의 마지막 시점은 1999년 7월로 되어 있다. 미국이라는 비즈니스 제국은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벼락같은 주가폭락으로 번창의 시대를 마감한다고 예측했다. 카지노 판이 된 경제와 수요 공급의 균형이 왜곡된 틀이 대붕괴의 날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이론이다. 벼락같은 주가등락 현상은 우리도 경험했다. 단 하루만에 주가지수가 50포인트를 돌파했었다. 일부 전문가는 100포인트의 등락을 예측한다. 그야말로 벼락같은 장세가 예비되고 있는 느낌을 전파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이 땅에서도 금융시장은 번창의 극점을 향해 치달려 위태롭다 싶을 정도다. 실제상황이 된다면 ‘서해교전’쇼크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상황이 아니었으면 싶지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해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는 게 지금 세상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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