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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새로운도전] 주웅택 행촌소바 사장
입력2003-12-09 00:00:00
수정
2003.12.09 00:00:00
양정록 기자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외식업에 뛰어들어야 실패확률이 적습니다”
모밀ㆍ초밥전문점인 `행촌소바`의 주웅택(47) 사장은 “외식업에 진출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돈의 힘을 믿지 말고 남이 잘 할 줄 모르는 것을 할 수 있는 독창적인 매뉴얼이 정립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주 사장은 10여년 간의 대기업 생활을 접고 전재산을 투입해 이 전문점을 차렸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무역일을 하기 위한 자금마련의 일환으로 시작한 작은 음식점이 지금은 전국 80여개의 가맹점을 둔 탄탄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로 성장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대기업 근무 시절의 무역유통관련 업무 경험 뿐만 아니라 그만의 남다른 뚝심과 성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식사업의 생명은 `맛`이라는 그의 고집이 `행촌소바`(www.haeng.co.kr)만의 차별화된 맛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주 사장은 동이 트기가 무섭게 집을 나선다.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녘에 일어나는 생활이 벌써 몇해째다. 지치고 힘든 몸이었지만 무역업을 시작할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고단함도 물리쳐야 했다. 평소 외식업쪽에 마음을 두고 있던 터라 음식장사를 시작한 그였다. 하지만 피곤함이 엄습할 때면 주 사장은 “무역할 만한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만 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옷을 차려있고 자택이 있는 중계동에서 식당이 있는 숙대 앞까지 달려갔다. 전날밤에 사들인 양념점검과 야채 다듬기, 육수 만들기, 거래처 약속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은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는 음식점을 차리기 전 대기업인 미원통상에서 12년간 무역과 유통 관련 일을 맡았다.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무역일을 오래하다 보니 “남자라면 세계시장을 상대로 무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금이 따라주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일단 무역에 대한 꿈을 접고 평소 자신과 정서가 잘 맞겠다고 생각한 음식장사에 전력을 다하게 된 것. 음식장사 중에서도 모밀전문점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연유가 있다. 미원통상 근무시절 무역 일로 일본 출장이 잦았던 주 사장이 출장지에서 눈여겨 본 것이 바로 모밀 전문점이었기 때문이다.
“동경의 모 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봤어요.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모밀전문점이었죠. 저것을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해서 모밀렛理오渙??`행촌소바`는 숙대입구 삼거리 18평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됐다.
주위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사한 후 전재산을 투입해 차린 음식점이었던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 담겨있어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한지 6개월이 되자 주 사장 부부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잔 날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무렵 다행히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 넘어선 것. 작은 음식점에서 이 정도 매출을 올리게 된 것은 주 사장의 `맛`에 대한 집념과 관련이 있다.
“어떻게 하면 최상의 국물 맛을 낼 수 있을 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죠. 하루일과가 끝나도 맛있는 국물 맛을 어떻게 하면 낼 수 있을 가에 대한 연구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맛에 대해서만은 남에게 맡길 수 없었으니까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음식점을 차린 지 1년이 지나자, 식당은 부부가 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바뻤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내달라는 요청도 수없이 들어왔다. 쉬쉬하며 운영하던 음식점을 이제 주변에 알려도 된다는 판단이 들어설 무렵인 1996년 4월, 장사 시작 1년만에 개업식도 가졌다. 주변의 환호는 대단했으며 주 사장은 하루아침에 대단한 뚝심의 사나이로 부각됐다. 그는 이 무렵부터 프랜차이즈 매뉴얼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음식점 사업에 승부를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기업 근무 시절 유통사업부 개발과장으로 24시간 편의점인 `미니스톱`을 개발하는 작업을 담당했던 그였기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의 추진은 비교적 수월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1996년 한 해만도 20군데 체인점을 만들었다. 홍보 광고도 없이 오직 입소문으로만 얻은 개가였다. 97년에는 18군데, IMF기간인 98년에도 10군데가 들어섰다. 이후 매년 10개점 이상 들어서 현재 가맹점수는 82호점이나 된다.
행촌소바가 아무런 문제없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98년도에 문제가 발생했다. 본사에서 모든 원자재를 공급하다 보니 가맹점주들과 식자재값으로 불협화음이 빚어진 것.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해결책이 독립가맹점 시스템이었다. 독립가맹점 시스템이란 원부자재를 가맹점에서 직접 구입하되, 원액과 소스의 노하우를 본사가 100% 모두 전수해주는 방식. 체인점별로 식자재가 차이가 나지만 교육받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소스와 원액이 같다 보니 맛은 어디서나 동일하게 나왔다.
“외식사업을 뛰어들 분들은 확실하게 매뉴얼을 알고 시작하려는 의욕과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쉽게 장사하려는 분들께는 점포를 내드리지 않으려고 해요. 배수진을 쳐야합니다. 사업은 장난이 아니잖아요”
주 사장은 현재 콩나물국밥 같은 한국형 슬로우푸드 쪽으로 새로운 메뉴를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많은 가맹점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성실한 모습처럼 행촌소바 또한 꾸준하면서도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02)948-1255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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