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숙녀 여러분, 이건 금메달입니다.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완벽합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소치동계올림픽의 피겨 프리스케이팅의 마지막 순서로 나선 김연아의 연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영국 BBC 중계진은 피겨 여왕의 올림픽 2연패를 확신했다.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본 세계 각국의 중계진과 피겨 전문가들 역시 저마다 최고의 경기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심판진의 최종 점수가 발표되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후한 점수를 몰아줬던 심판진은 김연아에게는 박한 판정을 내리며 올림픽 2연패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절대 강자인 김연아에 대한 시기심과 주최국 러시아의 횡포가 맞물려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이처럼 '잘나가는' 한국 선수들에 대한 전세계 각국의 노골적인 견제는 해외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리 대표기업에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글로벌 톱의 반열에 오른 한국 기업들 역시 특허분쟁이나 무역장벽 등 해외 경쟁국들로부터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특허조사회사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부터 지난해 38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다섯번째로 많은 숫자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애플과 1조원대의 특허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국의 다이슨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청소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슬그머니 취하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2차전지업체 셀가드는 한국 기업의 성장으로 입지가 점차 좁아지자 지난해와 올해 각각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을 대상으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셀가드는 지난해 전세계 2차전지분리막(LiBS) 시장 순위가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포스코도 전기강판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본 업체의 동시다발적인 특허소송 공세에 휘말리기도 했다.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 역시 시기심과 자국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기업에 대한 각국의 견제가 심해졌다"며 "과거에는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이 견제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정보기술(IT)기업에 대한 특허 공세가 거세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따르면 국제특허분쟁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피소된 건수는 2009년 112건에서 지난해 334건으로 4년 만에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국제특허분쟁이 기업 비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소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에는 차별적인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를 결정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반면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 ITC 판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 만이다.
또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에 적용된 보호무역 건수는 467건으로 2009년 102건에 비해 350%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명백한 차별행위(적색조치)는 326건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이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꾸준한 수출성장을 유지하면서 교역대상국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며 "주요 산업별로 세계적인 수입 규제현상을 극복할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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