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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아파트 재건축은 낭비다
입력2002-08-16 00:00:00
수정
2002.08.16 00:00:00
서울 강남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대부분이 건립된 지 20여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이중 19곳은 20년 미만이라는 점이 건설업계 조사에서 밝혀졌다. 재건축붐 속에 멀쩡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낭비가 확인된 것이다. 건립된 지 15년만 지나면 재건축이 추진되고 10년만 되면 리모델링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아파트 주민, 행정당국, 건설업자가 하나가 돼 이 같은 낭비를 부추겨왔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하면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데다 가격도 오른다는 점에서 재건축에 적극적이다. 이는 아파트 관리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행정당국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표를 의식해 형식적인 안전진단만 하고 재건축을 허가해왔다. 내구성이 없는 허술한 아파트 공사도 이를 거들었다. 아파트 수명을 좌우하는 콘크리트 강도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에서만도 사업승인 없이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350여 군데에 이르고 이중 3분의1이 강남에 몰려 있다. 정부는 최근 세무조사를 통한 투기수요 억제와 심도 있는 아파트안전진단 등 재건축 절차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주택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내년 새 법이 시행되기 전에 안전진단 및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려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이후 안전진단평가단의 심사를 통과한 재건축 아파트는 92건 중 7건에 불과하다고 내세운다. 이러다 보니 재건축 절차를 모두 마친 아파트의 가격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 매입자의 10년간 거래를 추적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강남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데다 언제 이 같은 정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골동품이 아니면서 헌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비싸고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헐어버리려는 이 같은 '낭비와 환경훼손 현상'은 아마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실일 것이다. 수명이 남아 있는 아파트의 재건축은 도심 속의 난개발이나 다름없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민과 행정당국, 그리고 건설업자의 상호 부추김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뒤늦게 리모델링을 권장하고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 도급제를 도입, 아파트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膨떵晝?막겠다고 나섰다.
낭비 심한 아파트 재건축 과열현상은 아파트에 대한 개념이 바뀌지 않으면 해소되기 어렵다. 우선 건설업자는 내구성이 50년 이상 되는 탄탄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허술하게 짓고 재건축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주민들도 아파트는 영원히 살 집이라는 인식에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도 걸핏하면 세무조사를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탄탄하게 짓고 철저한 관리로 아파트 재건축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확고한 '아파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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