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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정부가 기름 값을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한 것은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대한 불만을 사실상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기름 값은 치솟는데 알뜰주유소에만 매달리고 있고 정작 유류세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더불어 지난해처럼 기업들의 팔을 꺾는 구시대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을 찾으라는 주문도 깃들어 있다.
실제로 재정부와 지경부 등에서는 휘발유 값이 전국 평균 2,000원을 넘고 있음에도 "추세적으로 국제 원유가가 오르는 것" "시간이 지나면 원유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생활을 챙겨야 할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됐든 대통령이 나서자 관련 부처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경부는 28일 기름 값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를 조기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원유의 경우 월말에 싼 물량이 나오는데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대량 구매해 비축해뒀다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휘발유 값이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 원유가격은 우리가 손댈 수 없고 기본 비용도 달라지지 않는 만큼 결국은 유통마진을 조절해 기름 값을 잡아야 한다"며 "알뜰주유소를 최대한 확대해 경쟁을 촉진해 휘발유 값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는 유가안정을 위해서는 유통 부문의 경쟁을 촉진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본다. 정부는 다음달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장하면 기름 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기름 값 변화 등은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일본은 유통구조가 다양화돼 있어 이 부분은 참조할 만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일본 사례를 언급하면서 "일본과 우리의 차이가 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빠르게 치솟는 휘발유 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경부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부처 간 업무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유류세 대신 관세나 석유수입부과금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없애고 현행 3%인 관세를 0%로 하면 각각 리터당 16원과 21원의 인하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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