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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출근… 도시락점심… 술값추렴/IMF시대 직장인들 생활문화변화

◎용돈 가계부 등장·금연 확대까지/사장→사장·전무→전무 등 신조어도IMF한파가 매섭게 휘몰아치면서 직장인들의 생활패턴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출퇴근은 지하철이나 버스, 점심은 도시락이나 구내식당, 그리고 술값은 더치페이 등…. 아파트 주차장은 한낮에도 차량들로 빽빽하다.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 점심시간이면 동료들끼리 도시락을 들고 삼삼오오 둘러앉거나 구내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중견기업체인 H사의 경우 IMF사태 이전보다 구내식당 이용률이 3배 정도 늘었다. 이 회사 이모차장(41)은 『12시30분이 지나도 식당문앞까지 늘어선 줄이 줄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사원들이 위축됐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씁쓸해 했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혔던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이달들어 출퇴근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60% 정도 늘어난 것을 비롯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펼치는 모습들이 낯설지 않게 됐다. 또 규모있는 용돈관리를 위해 가계부를 적는 남자직원들이 늘면서 거래처 은행에서 가져온 가계부가 하루도 안돼 동이 났다. 삼성전기는 최근 「나 홀로 흡연하기」 등 노사 공동으로 IMF시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나 홀로 흡연하기」는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혼자 조용히 나갔다 들어오며 흡연시간도 5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주내용. 이와함께 상오7시30분부터 9시까지는 흡연을 아예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부서별로 벌칙을 주기로 했다. 또 점심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카풀제 또는 주2회 이상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나홀로 차량 운행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함께 술자리에서의 계산방법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술값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상급자가 내곤 했지만 최근 이같은 관행이 무너지고 있는 것. S기업의 박모대리(30)는 『너나없이 모두 마음의 여유를 잃다보니 술자리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상급자에게 술값을 떠넘기기도 미안해 요즘은 자연스럽게 추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IMF시대를 빗댄 신조어가 유행이다. 예컨대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 거의 모든 그룹들이 임원축소를 단행, 회사를 떠나는 임원들이 많은 것을 풍자한 말이다. 임원과 반대직급은 대리. 이는 「대표이사」의 줄임말이다. 감원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대리급들은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임금삭감도 대개의 경우 과장급 이상에 국한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장자리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사장은 「사장」으로 통한다. 언제 바뀔지 몰라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서다. 그리고 전무는 「전무」로 일컬어진다. 임원 가운데 감원대상 1차라는 뜻과 함께 운전기사도 없어지고 실권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무는 「상무」. 위를 바라볼 형편이 못된다는 뜻이라고.<이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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