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 애플의 손을 또 들어줌에 따라 향후 절차 및 삼성전자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C는 무역 분쟁 관련 준(準)사법기관으로 관세법 337조의 위반 여부를 판단해 해당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조항은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이 특허권ㆍ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한다. 아직 최종 판정이 아닌 예비 판정이고 삼성전자도 즉각 재심의 요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종 특허침해 판정이 나더라도 우회 기술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ITC,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 선언=ITC는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 금지 예비 판정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권 사용과 관련해 관세법 337조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제소한 네 가지) 특허를 사용하는 국내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삼성전자가 주장한 4건의 특허 중 2건은 3세대(3G) 무선통신 관련 표준 특허고 나머지 2건은 스마트폰에서 자판을 누르는 방법과 디지털 문서를 열람하고 수정하는 방법이다. 3G 무선 특허의 경우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상용 기술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해당 산업이 없다며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삼성전자의 요청을 단 1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소한 수입 금지 예비 판정에서는 특허 사용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애플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S2' 등이 자사의 특허 7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수입금지를 요청했다. ITC 조사 과정에서 1건의 특허를 철회했으며 이번 예비 판정 결과 총 6건 중 4건이 받아들여졌다.
◇삼성 재심의 요청, 내년 초 최종 결론=ITC는 예비 판정에 대해 6명의 판사가 참여하는 전체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된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소한 건은 내년 1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소한 건은 내년 2월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ITC는 예비 판정을 근거로 전체 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도 ITC의 예비 판정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ITC가 수입 금지 판정을 내려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조치를 늦추거나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ITC는 수입 금지를 미국 행정부에 권고하고 대통령은 권고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예비 판정에 대해 즉각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9월 예비 판정에 대해서도 재심의 요청을 했다. 재심의는 예비 판정이 내려지고 12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이에 대한 판정은 예비 판정 후 60일 안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재심의 요청에 대한 ITC의 입장은 올해 11월과 12월 연이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실제 피해 제한적일 듯=만일 ITC가 내년 초 최종 판정에서도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삼성은 일단 수입 금지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실제 판매 금지가 이뤄지는 시기인 2103년에는 시장의 주력 제품이 대부분 교체된 후여서 피해 금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요청으로 수입 금지 대상에 오른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등은 이미 출시된 지 1~2년이 지난 제품으로 시장에서는 이미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로 주력 제품이 교체된 상태다. 판매 금지에 따라 일부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ITC의 예비 판정에서 패소한 이날 신제품인 갤럭시 노트2의 미국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판매 금지에 대응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판매 금지 가처분을 당했을 때 디자인을 바꾸거나 우회 기술을 통해 판매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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