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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엔 지각없다... 당장 끊자“

5월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연기 없는 사회(smoke free society) 조성을 목표로 1987년에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공공건물 내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고 거리흡연 규제법안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분위기와 함께 건강을 염려해 20~30년 담배를 피워왔던 애연가들도 금연을 선언하는 등 흡연과 건강의 상관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느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지나도 가끔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담배는 왜 그렇게 끊기가 힘든 것일까. 좋아하는 담배를 꼭 끊어야만 하는가. 담배를 끊고 싶어도 당장 목을 조여 올 금단증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5월 31일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금연에 뒤따르는 궁금증을 을지대학병원 이창화(정신과)ㆍ한민수(호흡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흡연은 습관 아닌 중독 각종 심혈관계질환부터 신경성질환 소화기궤양 폐암 후두암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담배가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는 담배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중독성을 지닌 마약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코카인이나 헤로인과 다를 바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니코틴은 뇌에 작용해 탐닉성을 가진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많이 배출시킴으로써 기분을 좋게 하고 ▲세로토닌 ▲아세칠콜린 ▲노에피네프린 등의 분비를 촉진시켜 잠깐동안 기억력과 작업 수행능력을 호전 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이런 각성효과를 잊지 못해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특히 흡연 시 니코틴은 폐를 통해 인체 내로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어느 약물보다 더 빨리 두뇌로 간다. 흡연자가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 순간부터 니코틴이 뇌에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7∼9초. 뇌에 도착 즉시 1분내에 쾌감을 느끼게 된다. 시간상으로는 헤로인을 주사로 맞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다. 왜 끊기 힘든가 금연을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니코틴 금단증상 때문이다. 금단 증상이란 담배를 끊고 난 후 생기는 여러 신체ㆍ정신적 증상을 말하는데 정신적으로는 기분이 가라앉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괜히 불안하고 신경질적이 되는가 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신체적으로는 두통, 변비, 설사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담배가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담배 끊기가 힘든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흡연이 다른 생활습관과 연결되어 조건화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 꼭 담배를 피워야만 되는 경우나 커피나 음료, 술을 마실 때는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경우이다. 담배를 한 동안 끊었다가도 친구들과의 술자리 모임에서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어 오랫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사례도 있다. 니코틴 중독과 함께 이러한 강한 정신적 생활습관과 연결됨으로써 어떤 면에서는 헤로인보다도 금연이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담배를 끊으면 체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도 금연시도를 어렵게 한다. 니코틴은 몸 속의 기초 대사율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데 금연 후 이런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때보다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다 금연으로 인한 허전함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게다가 담배를 끊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던 혀의 미각이 점차 민감해지고 입맛이 돌아오기 때문에 식사량이 저절로 늘어난다. 그러나 체중증가는 일시적인 것이며 금연으로 인해 얻어지는 건강상의 이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금연 이후 새로 태어나는 몸 금연을 한 사람들 5명 중 1명은 금연 후 기침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것은 망가진 기관지의 기능이 좋아져서 노폐물을 밖으로 더 많이 내보내기 때문이다. 대개 1주에서 2주 이내에 호전된다. 흡연으로 인해 심장 및 순환기 계통이 받은 피해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떤 것은 금연 후 몇 시간 내에 정상화되기도 하지만 이미 심화된 동맥경화증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데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심장질환의 경우에는 1년 후면 흡연자에 비해 위험이 반으로 감소하고 15년 후면 담배를 피워 본 경험이 없는 사람과 같게 된다. 물론 담배를 끊는다고 담배로 인한 모든 건강상의 피해가 단시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호흡기의 경우 두꺼워진 기관지나 이미 신축성이 파괴된 폐포는 다시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며 단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은 아무리 늦어도 효과가 있다. 담배를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건강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담배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원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단축된다. 60대 초반에 금연해도 75세까지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들 뿐 아니라 암에 걸린 사람이라도 금연하면 치료 성적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금연에는 지각이란 없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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