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성의' 보여야 FTA 본협상 나설듯 [한·일 정상회담] 한일 FTA 실무협의 6월 재개韓 "상품개방등 전향적 태도변화 있어야" 다소 느긋日선 한·EU FTA타결땐 시장잠식 우려로 강력 요청"무역적자 확대등 得보다 失클수있어 신중접근" 지적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한국과 일본의 양국 정상이 3년7개월간 중단됐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재개를 논의할 실무협의를 오는 6월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일 FTA가 양국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협상 복원을 위해 한국보다 일본이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협상의 주도권은 우리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일 FTA가 발효될 경우 오히려 대일 무역적자 심화 등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있어 협상재개 여부에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가 체결되면 연간 19억~4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격차 더 벌어질 수 있다"=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 뒤 공동 발표문을 통해 "(한일 FTA는) 한일 경제관계가 한층 긴밀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실무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첫 실무협의 시기를 6월로 합의했다. 한일 FTA 협상은 지난 2003년 말 개시된 후 농산물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 개방 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2004년 11월(6차 협상 결렬) 무기한 중단됐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양국 정상이 합의한 실무협의가 협상재개를 논의하는 자리일 뿐 당장 협상을 재개한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솔직히 말해 일본과 한국의 관계에서 경제 문제는 부분적으로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격차를 그대로 두고 (FTA 협상을) 하게 되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FTA 문제는 협상에 들어가기 전 오늘 합의됐던 기업 간의 문제, 취약한 문제에서의 상호협력을 전제하면서 양쪽이 윈윈(win-win)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상재개를 위해서는 사전에 일본 측이 상당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협상재개 신중한 접근 필요=한일 FTA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한ㆍ유럽연합(EU) FTA가 타결, 발효될 경우 부품소재 등 한국의 주요 공산품 수입창구가 일본시장에서 EU시장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일본이 협상재개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6월 실무협의 중 농산물과 상품양허(개방) 등에서 일본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했듯 재개 여부는 한중 FTA와 함께 연말까지 확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한일 FTA의 경제적 효과가 결코 한국에 유리하지 않음을 시사해 재개 여부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IEP 조사에서는 한일 FTA 협정 체결시 무관세 효과로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는 향후 10년 이내에 61억달러나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양희 KIEP 연구위원은 "무역적자 확대 우려 속에서도 우리가 일본과 FTA를 체결하려는 이유는 바로 한국 경제의 체질(산업구조)을 바꾸고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부품소재 산업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한일 FTA에 관한 어느 민관 연구소의 경제적 효과 추정모형을 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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