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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휠라코리아 윤윤수사장] 6년만에 순익률 100대기업
입력1999-04-08 00:00:00
수정
1999.04.08 00:00:00
박형준 기자
어떤 사람은 나면서부터 경영자의 길로 예정된 수순을 밟아 간다. 이런 행운아는 잘 갖춰진 환경속에서 교육을 받고 이미 탄탄하게 기반을 닦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의 길로 들어선다.하지만 더 많은 경영자는 「준비돼 있었다」기 보다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승부하며 만들어진다. 이들은 가진 것도 없었고 해박한 논리를 풀어내는 지식은 부족하지만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 세상을 본다.
비록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긴 했지만 한국경제를 이정도까지 끌어올린 주역들이 후자의 경우라고 말한다면 크게 잘못된 주장은 아닐 것이다.
굳이 이같은 어설픈 이야기로 글의 첫머리를 연 것은 이유가 있다. 남보다 휠씬 힘들었던 과거를 딛고 서서 당당한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는 한 사람을 말하고 싶어서다.
윤윤수. 그의 직함은 이탈리아 패션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한국법인인 휠라코리아 사장이다. 91년 휠라코리아를 만들면서 대표이사를 맡아 불과 6년만에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100대 기업으로 등단시킨 인물이다.
태어난지 한달만에 어머니를 여의었던 아픔. 중학교 재수, 대학 삼수, 대학에서의 1년 정학, 그의 지난날은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尹사장은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그는 지금 일년에 1,000억원을 휠씬 넘게 벌어들이는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로서 성공한 삶의 표본이 됐다.
그에게 경영철학을 물었다. 의외로 尹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STICK TO THE BASIC)』
尹사장은 국민학교 선생님이 가르쳐줬던 「정직·성실·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다. 그는 이 세가지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한빛은행의 사외이사로 나가고 있다. 은행에서 마련해준 오리엔테이션에 갔더니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서 나온 강사가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핵심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의 정직성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번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라는 게 尹사장의 지론이다. 제품을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여기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 기업의 기본이며 그 일부를 세금으로 돌리는 것이 정도라는 설명이다.
尹사장은 출근시간을 챙기는데 꼼꼼하다. 직원들보다 한시간 빠른 7시40분이면 회사에 얼굴을 드러낸다. 성실한 생활의 시작은 「아침 출근시간 지키기」라는 생각때문이다. 아무리 술을 먹어도 절대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원칙에 충실하려하기 때문이다. 해외출장을 다녀 올때도 비행기 도착시간이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면 꼭 회사에 들러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휠라코리아는 한번 맺은 인연을 중시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70여개의 협력업체와 180개 대리점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尹사장이 신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는 희행을 각오해야 한다. 스스로 모델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요구만 하고 자신은 지키지 않는다면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尹사장은 사업과 경영에 관한 아이디어를 「기본」에서 얻는다. 『사람은 경쟁과 인센티브에 의해서 동기가 유발된다. 정직·성실·신의가 도덕적인 기본이라면 경쟁과 인센티브는 경영의 기본이다.』
尹사장은 여기에 기초해서 여러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협력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도록 다른 회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 불량품을 줄이는 만큼 현금지원을 더 많이 해준다. 간단하지만 이것은 휠라가 최고품으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었다.
보통 한달에 한번 대리점에서 수금하던 것도 일주일에 한번으로 바꿨다. 『돈은 손에 들고 있으면 쓰기 마련이다. 현금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대리점들이 곤란을 겪지 않도록 해 주려는 뜻이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느냐는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리점주들이 이 방식을 더 좋아하게 됐다.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만드는 것도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기본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사업이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내다 파는 것이다. 외국으로 생산거점을 돌린다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획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시장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휠라는 패션상품이기에 더더욱 이 점이 중요하다.』 尹사장의 경영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尹사장을 버티는 또 하나의 축은 애국심이다. 비록 외국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는 한국인임을 잊지 않는다. 부산에 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새사옥을 짓는 것도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땅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옥을 지으면 인부 한사람이라도 더 일자리를 갖게 할 수 있다. 로열티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일 뿐 이땅에서 거둔 열매는 한국인이 맛봐야 한다.』
그렇다고 고전적이고 쇄국적인 애국은 아니다. 그는 『글로벌시대에는 애국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일한 자원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애국이다』고 강조한다.
휠라의 해외법인들에 공급하는 신발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尹사장은 꼭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을 찾아간다.
IMF가 한국경제를 혼란에 밀어넣고 난후 국산품 애용이 열풍처럼 번지면서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던 지난해 초 「무엇이 진정한 국산이가」라며 반론을 제기했던 것도 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돈버는 귀재라는 뜻으로 「매직 퍼슨」으로 불리는 윤윤수 사장. 그는 요즘 2000년대를 대비한 청사진을 만드는데 매달리고 있다. 유통구조의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하고 있다.
대리점 위주로 조직해온 판매망과 새로운 유통채널인 사이버마켓을 접목시키는 일이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그는 또 기본을 생각한다. 사이버마켓은 규격화된 제품에 맞지만 패션상품은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변화가 거세질수록 밀레니엄 시대를 맞는 尹사장과 그가 이끄는 휠라코리아의 변신이 궁금해진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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