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철 동원수산 대표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BW를 행사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만기 한 달짜리 차입(48억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다급함과 단기 주가 급등을 노린 '먹튀' 가능성을 제기했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왕 대표가 48억원의 금융권 차입을 통해 BW를 행사, 지분율을 기존 0.41%에서 12.59%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왕 대표가 BW를 행사해 지분을 끌어올린 이유는 최근 왕윤국 동원수산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과거 동원수산은 왕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의 자식인 왕기미(현재 5.63% 지분 보유, 2대주주) 상무 측과 왕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왕 명예회장의 중재하에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최근 아무런 유언장 없이 왕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왕 대표가 단기 대출 자금을 통해 지분을 취득한 진위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었기 때문에 급한 나머지 단기 차입금을 통해 지분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 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단기 대여 자금을 통해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며 '먹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 달 만기 차입 자금을 활용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먹튀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달 만기를 앞두고 왕 대표가 차입한 48억원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분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명동 사채시장에 주식 담보대출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자칫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주식 담보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왕 대표가 상환 자금을 구하지 못해 자신의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 경우에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수산은 이날 전날보다 4.78% 오른 1만3,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