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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이상 관람가' 영화 줄어든다
입력2004-11-02 15:19:37
수정
2004.11.02 15:19:37
올해 총9편 개봉으로 2002년의 절반 못미쳐<br>10대 관객위주 투자로 "영화 다양성 악영향"
'18세이상 관람가' 영화 줄어든다
올해 총9편 개봉으로 2002년의 절반 못미쳐10대 관객위주 투자로 "영화 다양성 악영향"
올해 극장에서 개봉한 국산 '18세 이상 관람가' 중 가장 많은 관객(77만 6,928명)을 동원한 '범죄의 재구성'
‘○○○ 충격 노출’ ‘무삭제 심의 통과’. 한때 극장 간판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광고 문구들이 최근 들어 극장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과거 ‘미성년자 관람불가’로도 불렸던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영화, 특히 최근 국내 영화시장을 주도하는 국산물에서 ‘18세 관람가’ 편수가 눈에 띌 만큼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국내 극장에 개봉된 국산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총 9편. 2002년(24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지난 해(11편)에 비해서도 2편이 줄어들었다.
흥행 성적 역시 그리 신통치 않다. 올해 국산 ‘18세 이상 관람가’ 가운데 서울관객 20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77만 6,928명)과 ‘누구나 비밀은 있다’(34만 6,150명) 단 두 편에 불과하다.
2003년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129만 2,951명)와 ‘올드보이’(114만명) 등 5편의 영화가, 2002년엔 ‘공공의 적’(116만 1,500명)과 ‘색즉시공’(76만 7,650명) 등 9편의 작품이 각각 서울관객 20만명을 넘겼다.
이처럼 국산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급감한 것은 무엇보다도 영화 자본들이 ‘18세 관람가’ 제작ㆍ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극장들이 멀티플렉스화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10대들은 영화 관객들 중 가장 집단적이고 강력한 흥행 파워로 급부상했다.
영화 수익의 70% 이상을 극장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10대 관객들이 볼 수 없는 영화는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최재원 아이픽처스 대표는 “10대 관객을 포기하는 건 전국관객 100만명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비디오, TV 등 부가판권과 해외 수출에 있어서도 ‘18세 관람가’ 영화는 많은 불이익을 당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비디오 시장이 무너지면서 비디오 판권 의존도가 높았던 ‘18세’ 영화들의 수익률은 더욱 떨어졌다.
이런 영화들은 공중파TV에서 프라임 타임과 명절엔 방영할 수 없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관객을 동원한 ‘15세 관람가’ 영화보다 판권료가 낮다. 또 해외에 수출되는 영화들 중 상당수가 현지에서 TV 방영용으로 팔리기 때문에 ‘18세’ 영화들은 아무래도 꺼려질 수 밖에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도 올들어 ‘팻 걸’ 등 일부 예술 영화의 경우 체모 노출이 허용될 정도로 기준이 관대해졌다. 노계원 영등위 영화심의위원은 “과거 ‘18세 관람가’의 주요 지적사항이었던 폭력성에 대한 심의가 관대해졌고 ‘15세 관람가’의 경우에도 약간의 선정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선 ‘18세 관람가’ 영화들이 당분간 늘어나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흥행성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예전처럼 무리해서 ‘18세’ 등급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비디오나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자극적인 영상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은 극장에선 오히려 따뜻하고 훈훈한 작품들을 찾는다”며 “앞으로 ‘18세’ 영화는 일부 작가주의 예술영화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자칫 작품성 뛰어난 영화들마저 외면당하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8세 관람가는 표현 수위가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감독의 생각을 펼칠 여지도 훨씬 넓다.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을 제외하곤 지난 3년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국내 작품 5개는 모두 ‘18세 관람가’였다. ‘18세’ 영화를 그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11-0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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