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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지갑 열어야 내수 산다] 명품 할인하고… 호텔 소셜커머스와 제휴에도… 소비 위축 악순환

■ 꽁꽁 언 소비 실태<br>백화점 럭셔리 브랜드 매장 두달 이상 세일 불구 찬바람…<br>고가 수입 화장품은 역성장<br>1억 넘는 고가차량 판매 뚝…<br>프리미엄 가전제품 매출 줄고 TV 올림픽 특수마저 실종<br>경기침체·대기업 때리기로 기업도 투자 속도조절

웬만한 불황에는 꿈쩍도 않던 백화점 명품과 홈쇼핑 매출마저 급감하는 등 내수 침체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의 모 백화점 매장에 세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김주영기자


그동안 내수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슈퍼 리치'들마저 소비를 줄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태껏 불황을 모르던 백화점 명품관과 수입차 시장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가 화장품과 특급호텔, 가전업계도 부유층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 럭셔리 브랜드 매장들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세일이 무려 두 달 이상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한산하다. 장기화된 소비침체로 '상위 1%'의 지갑까지 닫히자 승승장구하던 명품군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올 상반기 명품군 매출 신장률은 한 자릿수 내외로 추락했다.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백화점 내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지만 두 자릿수 이상의 고공 신장을 자랑하던 평년의 모습은 사라졌다.

일부 백화점의 명품관은 소비 침체가 본격화된 3~5월에 매출 감소라는 놀라운 일까지 발생했다. 샤넬ㆍ루이비통 등 명품 선두권 브랜드들이 매출 고공행진에 힘입어 올 초 가격 인상까지 단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반전된 상황이다.

'고가 명품'의 대명사격으로 할인이 없는 브랜드로 유명한 에르메스도 지난달 말 신라면세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고객 초청 패밀리세일을 진행하는 등 달라진 위상을 체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잇달아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며 높은 콧대를 자랑해 온 고가 수입 브랜드들이 심각해진 소비 침체로 '추풍낙엽' 신세로 변모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시계에 이어 수입 고가 남성 정장 브랜드 판매에 집중하려던 업체들의 전략이 소비 불황으로 '불발'로 돌아가 난처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화장품 시장을 주름잡던 고가 수입 브랜드의 성장세도 멈췄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20~30%가량 증가하던 인기 수입 브랜드들도 올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세이도가 -7.5%로 역신장률이 가장 높았으며 랑콤(-5.5%), 에스티로더(-4.5%), 베네피트(-3.0%) 등도 자존심이 크게 꺾였다. 한 유력 브랜드의 경우 전격 방문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매출 부진을 질책, 마케팅 담당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급호텔의 경우 내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텔 식음료 부문 매출이 업체별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콧대 높았던 호텔이 불경기로 식음료 매출이 줄자 이미지 하락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소셜 커머스와 제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차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중형차, 특히 대형차는 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져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지난해에 비해 20~30% 줄어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까지 제네시스(쿠페 포함)를 1만3,396대 팔았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9,966대를 파는 데 그쳤다. 최고급 모델인 에쿠스 역시 7,334대에서 5,739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지만 메르세데스벤츠ㆍ재규어ㆍ포르셰 등의 1억원 이상 고가 차량 상당수 모델은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다.

대당 가격이 1억2,440만원에서 2억6,650만원에 이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는 지난해 상반기 1,223대에서 올해는 6월까지 936대가 팔리는 데 그쳐 23.5%나 판매가 줄었다.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인 XJ도 지난해 상반기 243대에서 올해는 181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도 줄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5월 기준 냉장고와 세탁기 등 국내 생활가전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가량 줄어들었다. TV의 경우 올림픽 특수마저 실종됐다.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런던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는데 이 같은 교체 수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TV를 교체하면 대개 기존 제품보다 화면크기가 더 큰 제품으로 구매해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이 판매되는데 이게 실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소비 위축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6월 소비지출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포인트로 전달보다 9포인트나 급락했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 역시 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로 기업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인수합병(M&A) 등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그룹 차원의 최대 긴축 예산을 편성하고 불요불급한 투자 집행 시기는 조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LG화학과 SK케미칼ㆍOCI 등 태양광 업체들도 신규 사업 투자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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