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방문한 데 따른 소회에 젖었을까. 27일 부산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최근의 자신의 발언으로 ‘욕’을 먹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토로했고,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증세’ 다음 정권으로 넘길 것=“부동산 말고 꿀릴 것 없다”고 참여정부 정책의 공과를 평가한 노 대통령은 환율이 좀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환율이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꿔나가도록 준비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무역적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외환 부분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준비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논란이 됐던 증세(增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비전 2030’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설명하면서 “제 임기 동안 안해도 되고 다음 대통령 때 토론해서 그 다음 선거 때 선택해도 된다”며 “(국민들이) 굳이 ‘싫다’고 하면 폐기하면 된다”고 밝혀 증세 문제는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길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도 이제 6~7%의 고성장 시대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1만5,000달러에서 2만달러 사이의 경제가 5% 이상 고성장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아일랜드 하나 정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검토하도록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지시, 추진 과정이 주목된다. ◇“재벌 회장 구속되면 언론사 재미”=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총체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아직도 기업에 와서 손 벌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라고 전제, “협찬해라, 협찬해라 하지 않나. 재벌 회장 구속되면 언론사가 재미 보는 구조 위에 있지 않나”라며 재벌 광고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언론을 겨냥했다. 이어 “특권을 가지지 않은 언론, 책임을 지는 언론, 책임이란 것은 대안, 대안 없는 비판하지 말고 비판 관점은 일관되게 하라”며 “오늘은 타고 간다고 긁고 내려서 걸어서 간다고 긁고 아침 저녁으로 관점 바꿔 긁는다”고 보도 자세까지 비판했다. 이어 “거기(기업과 언론의 결탁에) 저까지 손 잡으란 말이냐”고 밝힌 뒤 “그러나 (손을 잡으면) 모든 개혁의 과제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자신이 인기가 없는 이유로 “막말을 많이 하다 보니 그렇다”고 말한 뒤 “학교 동기나 친척 누구는 가는 데마다 타박이다. 대통령 왜 그러냐. 좀 똑똑히 하라고 해라. 그러니 내가 미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자신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전하면서도 “부산 시민들이 ‘노무현 그 사람 왜 그러냐’ 그러면 ‘뭐가’(라고) 이렇게 물어보라. 저 때문에 타박받지는 말라. 타박주거든 ‘뭐, 뭐말이고’라고 물어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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