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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경관계」정립계기”평가/비자금재판 사실상 종결…무얼 남겼나
입력1996-12-17 00:00:00
수정
1996.12.17 00:00:00
민병호 기자
◎“정도 경영만이 살 길” 큰 교훈/정자금 투명성 확보 등 선행을「아픔을 딛고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무죄 및 집행유예로 사실상 종결된 노태우 전대통령 관련 비자금 선고공판을 바라보는 재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재계는 총수들이 줄줄이 유죄판결을 받는 사상 초유의 큰 홍역을 치렀지만 한편에서는 기업에 정도경영을 일깨우고 새로운 정경관계를 정립하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자금 사건이 그 충격만큼이나 재계에 남기는 영향과 교훈도 적지 않다는 것.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번 사건이 재계에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기업이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정도를 걷지 않으면 그 이유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기업경영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올해초 1심재판을 전후해 전경련을 중심으로 윤리강령을 잇따라 제정했던 것이 이같은 분석을 반증한다는 평가다. 또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주요그룹들도 윤리강령 제정과 함께 정도경영의 실천의지를 다지는 등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세운 바 있다.
비자금 사건은 정부의 보호아래 성장해온 우리기업들에 정부의존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함을 재확인시키는 한편 경영의 투명성 제고가 경영의 새 변수로 등장케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비자금 사건은 그동안 「유착」으로 일관돼 온 정경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해도 최고통치권자에게 주는 돈은 문제될게 없다는 생각을 했던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정치권에서도 기업측에 손을 내밀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기업쪽에서도 정치권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비자금 사건은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정치권의 정치자금 요구와 같은 「준조세」의 부담에서 벗어나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은 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기업들이 당한 당혹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도 사실. 유죄를 선고받은 총수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미지의 실추는 물론이고 『그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좌절감을 안겨다 주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룹회장들은 그동안 사생활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국가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게 사실. 그러나 이번 비자금사건으로 총수들의 경영의욕 저하는 물론 그룹경영의 누수현상까지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총수들의 의욕저하는 재계의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부수적인 결과도 낳았다.
이와함께 대외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세계화 추진에 적지않은 지장을 초래한 것도 큰 상처로 남았다. 총수가 연루되면서 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차질이 발생한 것은 물론 회장들은 대외관계에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한 직·간접적인 경영차질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이같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보다 성숙된 정경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바람직한 정경관계를 위해서는 정치자금의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모색될 것이며 기업 내부에서는 편법 등을 통한 실적위주의 경영 보다는 투명성 제고를 통한 정도경영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비자금의 충격에서 벗어나 발전의 전기로 삼기위해서는 기업들이 그동안의 비자금 속박에서 벗어나 경영과 대외활동에 전념하고 정부는 재계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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