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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섬' 제주 품은 이니스프리 승승장구

감귤·녹차·유채 등 청정원료 마케팅 주효<br>지난해 화장품시장 판매부진 속 64% 늘어



국내 최초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하며 2000년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10여년간의 설움 끝에 최근 몇 년새 그룹 전체의 실적에 혁혁한 공을 세울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매출은 2,294억원으로 전년(1,405억원)보다 63.3%나 증가했다. 브랜드숍 매출로는 미샤와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에 이은 4위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화장품 시장이 뒷걸음질치는 와중에 올린 돋보이는 성과다. 이 같은 놀라운 성장세의 비결은 뭘까.

◇한국의 이니스프리, 제주도서 원료 찾아내= 20세기를 풍미한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진흙으로 만든 작은 오두막집, 숲, 잔잔한 물결소리가 들리는 호수가 있는 이상적인 공간을 간절히 꿈꿨다. 예이츠가 갈망했던 이상향 이니스프리는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평화로운 곳, 망향의 공간이다.

이니스프리의 성장 비결로는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제품, 모델을 과감히 빼버린 광고, 모그룹의 기술력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히지만 핵심은 브랜드명인 이상향을 제주도와 하나로 엮은 마케팅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도의 깨끗한 자연 속에서 찾아낸 청정원료를 통해 피부에 휴식을 줄 수 있는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제주도는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곳이죠. 시인 예이츠가 노래한 천상의 섬처럼 알면 알수록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니스프리 상품개발팀 박진선 과장과 심혜지 팀장은 제주도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들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제주도 땅을 밟는다. 제주 청정원료로 만든 히트 제품의 후속을 찾기 위해서다. 이니스프리 상품개발팀이 제주에서 찾아낸 원료는 감귤, 유채, 동백 처럼 이미 알려져 있는 것에서부터 비자, 곶자왈 피톤치드처럼 생경한 원료까지 10가지나 된다. 제주 무농약 녹차밭에서 자란 녹차와 녹차수를 활용한 '그린티 라인'이나 제주도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청정 희귀원료인 화산송이로 만든 모공마스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제주도와 이니스프리가 인연을 맺은 데는 모그룹 아모레퍼시픽의 영향이 컸다.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는 지난 1979년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 무공해 녹차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판단 아래 돌과 흙으로 뒤덮였던 황무지를 개간해 녹차밭으로 바꿨다. 수십여 년 이어져온 제주에 대한 관심은 청정원료 개발에 보탬이 됐다.

◇아이디어 회의서 상품 개발=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료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시장 흐름에 맞지 않는다면 퇴출되기 십상이다. 특히 제품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브랜드숍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니스프리가 신제품 아이디어 회의에 힘을 쏟아온 이유다. 안세홍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기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접한 소비자 니즈, 상품개발팀이 일상생활 속에서 포착한 아이디어 등을 활발히 교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많다.

윤하나 상품개발팀 브랜드매니저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세 때문에 목주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발효콩 탄력 넥크림' 개발로 이어졌다. 또 다른 상품개발팀원은 얼굴에 난 좁쌀 여드름을 고민하다 비자오일을 함유한 안티트러블 스팟에센스W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기존 여드름 제품이 크게 곪는 화농성 여드름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좁쌀여드름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설문결과도 제품개발에 힘을 보탰다. 여드름의 종류에 따라 특화된 이 스팟 에센스는 트러블 케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매장에 온 소비자들이 발효에센스를 많이 찾는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개발에 착수한 자연발효에너지 에센스도 눈길을 끈다. 제주 토종콩인 푸른콩을 한라산 해발 620m 중산간 지역에서 300여일간 자연발효시킨 원액을 담은 이 제품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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