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업은행 HSBC의 존 본드 회장은 최근 외국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부 국가에서 금융사를 해외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것을 막으려는 ‘금융보호주의(financial protectionism)’가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의 금융감독당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자로 유력시되던 HSBC가 인수의사 철회를 시사하면서 내건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융시장 보호주의였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에서 5년간 떠돌다 귀국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내세운 금융감독정책의 골자는 해외에서 배운 ‘글로벌스탠더드’와 ‘로컬 금융시장의 존중’으로 요약된다. 윤 위원장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의 적절한 조합을 요구했지만 해외에서 ‘금융시장 국수주의’로 비쳐졌던 것도 사실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한 지 두달여 만에 외국인 이사 수를 절반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권고형식으로 제안하고 주식 대량소유 목적을 보고하도록 하는 ‘5%룰’을 전격 제정했다. 이에 외국언론은 물론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반세계화적 조치라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특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새로운 금융감독정책에 대해 ‘정신분열증ㆍ국수주의’ 등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외국인 이사 제한과 5%룰은 이미 전세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글로벌스탠더드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를 반박했다. 최근에는 외국계 은행들의 편법 파생상품 거래, 영국 헤르메스펀드의 주가 시세조정 여부 등 그동안 건드리지 못했던 외국 금융기관의 민감한 부분을 손대는 등 국내외 금융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윤 위원장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내외국인이 차별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목표”라면서 “다만 정도를 벗어나는 행위는 외국인이라도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IMF 금융위기 이후 상실하다시피한 ‘금융주권’을 되찾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기도 한다. 윤 위원장이 최근 금융권에 남긴 두개의 히트용어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투기지역 세대별 주택담보대출제한’. 윤 위원장은 5월에 금융권의 과당경쟁 조짐이 일고 있다며 ‘승자의 재앙’을 경고함과 동시에 블루오션론을 제기했다. 이어 나온 규제가 투기지역 담보대출제한 조치였다. 이 조치는 비정상적인 아파트 가격상승을 잠재우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주택담보대출제한 조치로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정부기관의 후속조치까지 이뤄질 경우 부동산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방카슈랑스의 경우 당초 일정과 내용에서 후퇴하면서 정책일관성의 훼손이 불가피했던 점과 사모투자펀드(PEF)가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칠 만큼 지지부진한 점 등이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분식회계 처리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서 친재벌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식회계건의 경우 사실 윤 위원장이 어려운 사안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결단으로 처리한 것”이라면서 “위원장은 국내기업들이 세계 수준으로 글로벌화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으며 국내 금융권도 산업계 수준의 성장과 경쟁력확 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감독 수장으로 재직하는 한 국내외 어떤 금융기관이라도 공정한 룰을 지키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향후 금융감독 방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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