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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합병' 결단내려야
입력2000-12-14 00:00:00
수정
2000.12.14 00:00:00
정부 '은행합병' 결단내려야
노사갈등 증폭, 혼란 수습에 적극 나서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은행장의 무소신으로 은행구조조정이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원들은 집단반발과 위험회피에 급급, 자금시장이 계속 경색현상을 빚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은행과 기업이 공멸(共滅)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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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은행합병 구도를 밀실에서 짠뒤 이를 사전에 누설함으로써 혼란을 자초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도 여전히 뒤에서 무책임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외국계 은행 대주주들의 불신을 샀고, 공연히 힘없는 은행장들만 사면초가에 빠져들게 했다. 은행장들도 소신없이 정부와 노조의 공세에 이리밀리고 저리밀려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말았다.
14일 새벽 김상훈 국민은행장의 '주택은행과의 합병논의 잠정중단' 선언은 2차 은행합병을 원점으로 회귀시킬 수 있는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주택ㆍ국민은행간 합병 성사여부가 불투명하게 됐고, 외환ㆍ한빛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미ㆍ하나은행의 합병협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가 노조에 밀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어 대외신인도의 하락이 다시 우려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귀국에 맞춰 은행통합구도를 완성하려 했던 정부는 충격과 자기모순에 빠져 있어 은행구조조정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자금줄이 막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로 신용금고가 초토화 되다시피했고, 사채시장에서는 초고금리 대출등 온갖 변칙이 난무하고 있다. 2금융권의 자금중개 능력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은행마저도 합병과 노사갈등에만 매달려 창구가 얼어붙었다.
해답은 명료하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노조와 대주주를 설득, 당초 구상대로 은행구조조정을 완결하든지 아니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을 가려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든지 양자택일을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국민은행장뿐 아니라 현 은행 경영진들의 통제능력은 사실상 상실됐다"며 "정부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치와 선의의 개입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율 합병을 바라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은행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노조도 인력절감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노조가 격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합병과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자신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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