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임 신한은행장이 "신한의 고객자산관리 경쟁력이 미래에셋이나 삼성에 비해 결코 앞서간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자산운용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신한의 자산관리(은행+증권) 플랫폼인 'PWM'의 모든 프로세스를 재점검할 계획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던 조 행장은 "자본시장을 경험했던 경력이 행장으로 선임된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책임을 느끼고 은행 경영에 적극적으로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18일 서울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식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고 수준의 수익성 및 건전성을 지속해 가겠다"며 1등 은행의 위상을 굳힐 의지를 내비쳤다. 조 행장은 "(행장 공백기였던) 1~2월의 경영 성과가 괜찮고 지난해에 1위를 했던 힘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다른 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전열을 정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조직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신한의 더 높은 도약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이날 밝힌 경영 구상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자산관리 능력 혁신이다. 조 행장은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은행·증권 합작 모델로 평가 받는 신한의 PWM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밖(자산운용사)에서 은행을 쳐다보니 이런 정도의 솔루션으로는 미래에셋이나 삼성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고 솔직히 말했다. 조 행장은 이에 따라 PWM의 점포 운용 형태를 바꾸고 고객 구분을 정교화하는 등 자산관리 시스템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조 행장은 "펀드 하나를 팔아도 수익률이 아닌 전망에 기초해 팔아야 하고 이런 걸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자신의 또 다른 전공인 '글로벌' 부분도 '신한다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지점장을 지낸 신한의 대표적 국제통이다. 조 행장은 "그룹에서 가지고 있는 기업투자금융(CIB) 등의 플랫폼으로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겠다"며 "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현지화 전략을 유지하고 해외 네트워크 능력도 국내 신한은행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항 중인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은행 전반적인 경영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겠다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신한이 거래하던 거래처는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가져와도 리스크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신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은 뛰어나다"며 "수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계의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 경쟁과 관련해서도 이미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자산운용사에 있던 시절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미국 월가의 금융전문가까지 데려와 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기고 있는 만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이미 전략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적극 추진하는 '기술금융'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에서 자원을 투입하면 시장이 열리고 은행에는 비지니스의 기회가 생긴다. 신한은 이미 2013년부터 기술금융에 대비해왔고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도 기술금융을 장기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다만 신한 사태의 휴유증 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당시 사태에 있었던 분들이 모두 선배로 모셨던 분들이기도 하다"며 "신한 문화라는 차원에서 차근차근히 보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이날부터 2년간의 행장 임기를 수행하며 성과에 따라 한동우 신한 회장의 임기 종료와 함께 신한의 차기 후계구도에서 주요한 복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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