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진출, 유네스코 펠리니 메달 수상 등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곧 촬영을 마친다. 영화는 현재 95%까지 촬영이 끝난 상태. 촬영장에서 만난 임권택 감독은 100번째 영화를 촬영하는 소회에 대해 "100이란 숫자가 정말 사람 죽이는 숫자더라"고 말하며 고충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외국에서도 100번째 작품인데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물어온다"며 어깨가 무겁지만 지금까지 어떤 영화보다도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촬영중인 '천년학'은 이청준 원작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인 판소리 영화. 13년 전 최초로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영화'의 지위에 올랐던 '서편제'의 맥을 잊는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은 "13년 전 '서편제'를 찍을 때 이청준의 '서편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까지 3부작을 모두 담으려 했는데 담으려다 기술의 한계 등으로 세 번째 작품은 담지 못했어요. 이제야 남은 내용을 영화로 만들게 됐네요"라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천년학'은 '서편제'에서 눈이 멀었던 송화와 그의 의붓 남매 동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전작에서 송화로 출연했던 오정해가 다시 나오고, 연기파 배우 조재현이 동호를 연기한다. 원작인 '선학동 나그네'가 깊은 한과 슬픔에 대한 정서를 담았다면 '천년학'은 남녀의 사랑과 그리움에 집중했다. 감독은 "젊은 배우들을 만나서 무척 젊은 사랑이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서편제'와의 차별화. 자칫하다가는 전작에 누가 되는 영화를 만들게 될까 봐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독은 "서편제의 명성에 기댄 아류 같은 영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편제 2'가 아닌 새로운 영화 '천년학'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짝 정일성 촬영감독과 함께 노구(老軀)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임권택 감독. 그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촬영은 12월 중순 마무리되며 내년 5월이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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