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ㆍ저성장 기조에 예금보험공사와 우리금융그룹이 맺는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의 평가방법이 '과거 평균'에서 '미래 전망' 형태로 바뀐다. 우리금융으로서는 MOU의 강력한 족쇄에서 일정 부분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18일 "경제상황이 안 좋으니까 (우리금융과의 MOU 시) 미래 전망을 감안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꿔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금융 측이 한창 성장이 필요할 때 과거 5개년 방식을 요구해 바꿨던 만큼 우리금융이 과거 평균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도 "현재 예보와 MOU 체결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미래 전망을 감안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과거 5개년 평균실적을 근거로 매년 예보와 MOU를 맺고 있다. 지난 2012년의 경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평가 시점과 가까운 연도에 가중치를 더 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MOU 평가방식이 미래 전망으로 바뀌면 총자산순이익률(ROA)이나 1인당조정영업이익ㆍ판관비용률 같은 수익지표에서 부담을 덜게 된다. 과거 5개년 평균으로 하면 호경기 때의 실적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조6,237억원의 당기순이이을 낸 우리금융지주는 올해에도 1조5,000억원 안팎의 순익을 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ROA ▲판관비용률 ▲1인당조정영업이익 ▲순고정이하여신비율 ▲지주회사 경비율 등이 주된 약정 대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BIS비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같은 것은 과거의 추세를 감안해 일정 부분 맞출 수 있는 지표"라며 "평가방식이 미래 전망으로 바뀌게 되면 ROA나 1인당영업이익 등에서 목표를 좀 덜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는 미래 전망 방식으로 MOU를 맺어오다가 2011년부터 과거 5개년 방식을 채택해왔다"며 "이번에 방식을 변경하게 되면 3년 만에 다시 바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는 1월 말 예보에 올해 MOU 안을 제출했다. 예년의 사례로 볼 때 양측 간 큰 이견이 없다면 3월 중에는 바뀐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한 MOU를 맺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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