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용기와 협력으로 첫 삽을 떠야…세계적 교육ㆍ의료ㆍ상업시설 유치가 성공 좌우“ “기업도시 건설은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고 또 용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최대 화상(華商) 중 한 명인 리원쩡(李文正ㆍ76)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도시 건설이 쉽지 않은 프로젝트임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리 회장과의 인터뷰는 그가 건설한 신도시 중 하나인 리포-카라와치시의 최고급 식당인 패럿가든 특실에서 오찬을 겸하며 2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했지만 그는 이미 식당 현관에 측근들과 나와 기자와 일행을 마중, 화상 특유의 겸손함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리포-카라와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 3개 신도시를 건설한 리 회장은 “처음 3~4년 동안은 건물만 있지 사람은 없으니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초기 적자를 각오하고 인내하며 개발계획을 진행시키는 장기투자자가 있어야 (기업도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규모가 약 100억달러로 알려진 리포그룹은 리 회장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덕분에 3개 신도시 땅 일부를 포함해 자카르타 인근에 무려 3억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땅을 시가로 환산하면 리포그룹의 자산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지만 리 회장은 “기다린 만큼 제값을 받겠다”며 “당분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냉철한 장사꾼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와 기업도시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인 한국에 소중한 조언을 이어나갔다. “기업도시의 성공 여부는 개발 ‘컨셉트(concept)’에 달려 있다. 휴양형 레저도시로 할지, 공업도시로 할지 등 지역 성격에 적합한 컨셉트를 발굴해 이를 명확히 개발계획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회장은 또 “기업도시 건설에 들어가면 꼭 필요한 것이 3가지가 있는데 교육과 의료ㆍ상업시설(쇼핑몰)”이라며 “이 3가지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놓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모이게 되고 도시건설은 성공할 수 있다”고 비법을 소개했다. 대학을 나왔지만 인도네시아의 촌부에 불과했던 그가 개인재산만 12억달러에 달하는 거부가 된 비결을 묻자 ‘사람과 믿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인과 고향인 중국 푸젠성(福建省) 동료들의 힘을 빌어 작은 은행을 인수,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리포금융을 일궈냈다. 한국의 차이나타운 건설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리 회장은 자카르타 인근 신도시 개발과 마찬가지로 인천 청라지구에도 중국ㆍ동남아ㆍ일본 등지의 그와 친분이 돈독한 기업 및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과 믿음을 어떻게 얻었냐고 다시 묻자 그는 “난 아무것도 아닌데… 그들이 대단한 사람들이어서 나를 믿어준 것”이라며 끝없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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