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수가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경기침체와 실적 부진 등이 기업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18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 수는 3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개사)보다 11개사가 늘어났다. 이는 한국기업평가가 2003년부터 분·반기 등급 변동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의 수는 1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 수는 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개사)보다 7개사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0.8배를 기록했던 등급 상하향배율(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수에 비해 증가한 기업 수의 비율)은 올 상반기 0.28배로 급락하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 상반기 등급 하락은 대기업군에서 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등급이 하락한 32개사 중 대기업은 30개사에 달했고 대기업의 등급 상하향배율은 0.2배로 급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더구나 앞으로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부정적(negative)' 전망(부정적 검토 포함) 부여 업체 24개사 중 23개사가 모두 대기업이어서 앞으로 대기업 중에서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투기등급 회사보다는 투자적격 등급(신용등급 BBB-이상) 기업들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기업들이 투자적격 등급으로 대거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등급이 떨어진 32개사 중 투자적격 등급의 업체가 28개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투기등급은 4개사에 불과했다. 등급 하락이 주로 투기등급에서 발생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중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떨어진 업체는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7개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개사가 늘었고 7개사 중 6개사가 대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6개사와 서비스업 3개사의 등급이 오른 반면 제조(13개사)·서비스(13개사)·금융(6개사)업에 속한 기업 32개사의 등급은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금융업체가 늘었다.
최근 업황부진이 장기화되는 건설·조선·해운업과 철강·일반기계·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에서 등급하락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범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최근 대기업군의 등급하락 빈도가 높아진 것은 대규모기업 집단에 속한 업종 대표기업일지라도 업황 악화에 따른 등급하락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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