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宗家)에 대해 우리들이 떠올리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숨막힐 듯 엄숙한 분위기, 2~3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복잡한 제사, 그리고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갓을 쓴 어르신들. 대충 이런 것들 정도 일 것이다. 이밖에 우리가 종가에 알고 있는 것은 아마 별로 없을 터. 2000년대 그들의 삶은 어떤지, 그들이 그토록 지켜나가고자 하는 전통과 정신은 무엇인지. 결국 우리들이 종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선입견에 기반한 이미지일 뿐이고 진정한 이해를 통한 진실은 별로 없는 셈이다. '종가기행: 잊혀진 내 뿌리를 찾다'는 이런 아쉬움으로 인해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3월부터 '주간한국'을 통해 연재된 '종가기행'시리즈를 묶은 이 책은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종가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집중 탐험한다. 첫번째는 지금 현재도 오롯이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종가들의 역사 이야기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명문가들의 역사를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상세히 소개한다. 거기다가 저자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사료들이 가미돼 이야기는 생동감 있고 재미있게 이어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종가들이 수 백년이 흐르도록 지켜나가고 있는 가문의 정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이 집중하고 있는 두 번째는 현대를 살아가는 종가의 모습이다. 저자는 35개에 달하는 종가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삶을 직접 보고, 가문 구성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들과 대화하며 담아낸 삶의 애환이 생생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꼿꼿이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는 종가집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을 통해 펼쳐진다. 직접 취재한 공이 아깝지 않게 책은 읽을 거리, 볼거리도 다양하다. 그 동안 궁금했던 종가집의 감춰진 모습들과 지금까지도 지켜 내려오고 있는 전통들이 사진과 함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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